
해군참모총장 직속 해군수사단의 지휘관급 간부가 과도한 업무와 상관의 압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무리한 성과 압박과 불합리한 인사 조처 등에 시달렸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3일 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해군 모 광역수사대장을 겸직하던 A중령(47)이 사무실 내 샤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령의 사무실에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A중령은 유서에 ‘너무 힘들다. 버틸 힘이 없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상관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적었다. 또 ‘진급, 보직, 인생 이런 것들이 나를…겸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A중령은 올 초 해군 수사단 예하의 모 부대 지휘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달부터 ‘고속정 권총 분실 사건’ 수사 책임 자리인 광역수사대장 직책을 겸직하게 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 2월 초 퇴역한 참수리 고속정에서 권총 3정이 분실된 사건으로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됐으며, 해군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A중령의 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남편이 맡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리한 인사 조처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남편은 두 달여 만에 10㎏이 빠졌고, 불면증약을 처방받을 정도로 잠도 못 잤다”며 “사망 직전까지도 ‘수사 진전이 없는데 상관이 압박한다’며 계속 힘들어했다”고 언급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A중령 사망사건을 해군본부로부터 이관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본부는 고인이 유서에서 언급한 해당 상관을 포함한 해군본부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불합리한 인사 조처나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해군은 지난 2월 8일 “최근 퇴역 후 관리 중인 고속정에서 권총이 분실된 사실을 식별했다”며 “현재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탄약은 분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고, 다른 퇴역 고속정을 조사했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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