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으로서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을 수사해 고 신격호 당시 총괄회장 등을 기소했던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가 “대형 경제비리 사건에서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현장에서 맞닥뜨린 수사 현실에 비춰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조 차장검사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조 차장검사는 28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진행한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을 예로 들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 주장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차장검사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공소장을 작성하는 데만 1주일이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데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들이 수사기록과 증거를 검토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수백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수 차례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조 차장검사는 “압수물만으로 서울중앙지검 지하 1층 창고가 가득 찰 정도였으며, 디지털증거는 3.2테라바이트로 기소 시까지 다 보기에 벅찰 정도였다”고 했다. 수사 기록은 수백권이었고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기소됐었다. 이후 신 회장은 대법원에서 경영비리 유죄가 확정됐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마련될 경우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과 같은 공소장 작성을 위해서는 ‘10여명의 검사가 수사기간과 동일한 4개월간’ 집중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게 조 차장검사의 생각이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은)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구속기간 20일 동안 검사들이 대거 투입돼 공소장 작성을 한다고 해도 20일 동안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조 차장검사는 현재의 입법 과정을 두고 “대형 경제사건의 수사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대형 경제사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조 차장검사는 헌법 규정상으로도 소추권자인 검사가 강제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국에서 수사 기소 분리론이 출발했지만, 그런 영국에서도 현재 검사가 수사·기소를 함께 할 수 있는 중대비리수사청(SFO)를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안을 놓고 공식입장이 나왔다.
조 차장검사는 “영국에서조차 중대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대륙법계 검찰 모델을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수정안을 검토한 뒤 “기소검사가 기록만 보고 사건을 판단하게 되면 부실 기소를 초래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