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설교를 들을 수 없다. 설교를 ‘눈으로’ 듣는다.” 농인(聾人)들로 구성된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에바다부 성도 정영미(50)씨가 19일 국민일보와 모바일 메신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씨는 “우리는 청각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수어통역사 도움 없이는 예배 중에 하나님 말씀을 바로 들을 수가 없다”며 “여건이 되는 교회들이 농인들을 위해 실시간 수어통역 영상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농인들을 위해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교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어 통역을 하는 일부 교회도 예배당 장애인 좌석 앞에 수어통역사를 세워 현장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정도다. 예배당 현장에서만 통역을 하면 농인들은 현장에서 강단의 목사와 통역사를 번갈아 보느라 목이 아프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본예배 설교를 수어로 통역해 영상을 만드는 교회는 극소수다.
그런 경우에도 수어통역사 모습을 아주 작게 넣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농인들이 작은 화면으로 수어통역을 보면 이해도 어렵고 집중도 잘 안 된다”고 했다. 한 교회 농아부 사역자는 “한국교회에서는 봉사자 화면을 목회자 화면보다 크게 잡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충현교회 수어통역 봉사를 하는 문성옥 집사는 “농인들은 ‘보는 말’을 쓰는 데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 농인 성도를 위해 어떻게 수어 통역을 해야 할까. 서울 충현교회 에바다부 지도를 담당하는 김유석(48) 목사는 “우리 교회는 농인 성도 80여명을 위해 온라인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한다”며 “농인들에게 설교가 잘 전달되도록 수어통역사를 화면(사진)에 두고 설교를 자막을 넣어 이해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수어통역사, 영상 담당자, 자막 담당자 3명이 동시에 봉사한다.
충현교회는 일반 성도를 위한 실시간 온라인 예배 영상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예배영상을 동시에 송출한다. 한국교회에서는 드문 사례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충현교회가 비슷한 형태로 설교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장애인 사역을 담당하는 안재영 목사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농인 성도들을 위해 농인사역팀을 꾸렸다”며 “현재는 농인 3명이 출석 중인데 6명이 수어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여통역 봉사자 김금재 권사는 “내 수어 통역을 보고 고개 끄덕이는 농인들을 볼 때마다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장애인 사역 특성 상 봉사자가 많이 필요하다. 안 목사는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 성도의 관심과 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한목자교회 농아사역팀장인 윤희영 권사는 “아내를 교회 수어셀에서 만났고 수어를 2년 여간 배웠는데 잊고 지내다 교회에서 이 사역을 시작한다고 해서 부르심으로 여기고 섬기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설교자와 수어통역사 화면을 상·한단으로 구성해 제공해 호평받고 있다.
수화를 모르는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필담을 사용하면 된다. 정씨는 “농인이 가까운 교회 예배당을 갈 때 모른 척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면 참 고맙겠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