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피스동 21층 SK텔레콤의 거점 오피스 ‘스피어’에 들어서자 얼굴인식 기기가 설치된 출입구가 눈에 띄었다. SK텔레콤 직원이라면 별도의 출입카드가 없더라도 인공지능(AI)이 얼굴을 인식해 직원인지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기기였다. 다른 얼굴인식 보안시설과 달리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고, 인식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실제로 이날 한 직원이 일반 걸음 속도로 멈추지 않고 기기 앞을 지나치자 순간적으로 얼굴 인식이 이뤄졌고 출입문이 열렸다. 출근 시간대에 직원들이 얼굴인식 기기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광경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4일 “단 0.2초 만에 얼굴을 판별해 문을 열어주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시간까지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림 스피어에서는 어느 위치에 있든지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넓은 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해 사무실 공간의 꽉 막혀있는 듯한 답답함을 직원들이 느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채광이 충분해 업무용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하다 지쳤을 땐 잠시나마 바깥을 보며 ‘멍때리기’도 가능했다.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과 일산, 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 공간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4300명의 직원 거주지와 수요, 업무 특성을 고려해 3곳 위치를 선정했다. 기존 사무실이 지닌 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경계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다. 신도림 스피어는 디큐브시티 오피스 건물 2개 층에 170개의 좌석을 설치해 ‘경계 없는 업무’를 목표로 만든 대규모 거점 오피스다. 경기도 일산 동구(100석)에는 주택 단지에 있는 단독 건물을 개조해 직주 근접 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150석)에는 기존 SK텔레콤 사옥을 활용했다.

스피어로 출근하고자 하는 직원들은 ‘스피어 앱’을 통해 업무가 가능한 빈 좌석이 몇 개나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빈 좌석이 있으면 예약을 한 뒤 출근하면 된다. 특히 ‘맨몸 출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일부 좌석에 클라우드 PC가 갖춰져 있어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업무를 할 수 있다. 이 좌석에 비치된 태블릿PC에 직원이 얼굴을 인식하면 자신이 설정해놓은 가상 데스크톱 환경과 연동된다. 평소 사용하던 PC와 같은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신도림 스피어로 출근한 직원 50여명 중 일부 직원은 개인 노트북 없이 가벼운 가방만 가지고 출근했다.
개방형 좌석에서 화상회의를 하는 게 부담스러운 1인용 회의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다인용 회의실을 홀로 사용하느라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영상과 음성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어서 별도로 화상 회의용 장비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하다 화상으로 회의를 해야 할 경우 집의 모습이 화면에 노출될까 우려되고, 카페는 업무 대화를 타인이 들을 수 있어 불안한 때도 있다. 1인용 회의실에서는 격식을 갖추면서도 편하게 회의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스피어 한쪽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오큘러스 퀘스트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쓰고 가상공간에서 다른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직원은 “화상 회의의 경우 함께 일을 한다는 느낌이 적은데, HMD를 쓰고 가상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바로 옆에 동료가 있는 것처럼 생생해 집중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스피어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3개 거점 오피스의 이용률은 평균 60% 이상을 기록 중이고, 이용률이 날마다 높아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이날 처음으로 신도림 스피어를 방문해 업무를 한 직원 A씨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본사로 출근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신도림으로 출근하니 30분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면서 “사무실의 경직된 분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 서울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 호텔에 워케이션(Workation) 콘셉트의 스피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기존 스피어가 SK텔레콤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것과 달리 SK텔레콤 ICT 계열사 직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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