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 부담을 추가로 덜어줄 수 있는 ‘카드’를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정부 당시 1인 당 연간 최대 24만원까지 지급한 ‘유가 환급금’은 대책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유류세를 추가 인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ℓ 당 2000원을 오가는 기름값을 고려하면 서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 당 1980원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초(1600원대/ℓ)와 비교하면 ℓ 당 30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역별로 가격차가 크다보니 체감 기름값 차이가 큰 것이 특징이다. 가장 싼 곳은 ℓ 당 1865원인 반면 어떤 곳은 ℓ 당 2814원에도 거래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부른 현상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당초 20%였던 유류세 인하폭을 법정 최고치인 30%까지 끌어올려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기재부는 지난 5일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 다음 달 1일부터 3개월간 유류세를 30%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추가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계형 화물차주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기재부가 추가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충분한 인하 효과가 나타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10% 포인트를 더 낮출 경우 ℓ 당 141원 정도의 추가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ℓ 당 2000원을 오가는 상황에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의 하나로 시행한 정책인 유가 환급금을 소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정부는 2007년 기준 연소득 3600만원 미만 근로자와 종합소득액 2400만원 미만 자영업자에게 유가 환급금을 지급했다. 급여·소득 수준에 따라 최소 6만원에서 최대 24만원의 지급폭을 뒀다. 기재부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일용근로자, 사업소득자 등 1435만명에게 지급된 총액은 2조6520억원에 달한다.
선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유가 환급금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보니 당장 물가 안정 대책으로 활용하기가 힘들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유가 환급금을 지급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고 개정 후 시행까지 일정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이들만 대상으로 삼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 내는 사람에게만 환급금을 주는 건 모양만 그럴듯한 일이다. 실속이나 제도 집행의 의미는 작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유가 환급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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