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文身)’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고대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데, 기원전 8000년쯤 동굴벽화에서도 문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문신이 발견되었는데, 가장 오래된 문신은 4000년 전의 여사제였던 아무네트(Amunet)의 문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한시대부터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신을 하고 물에 들어가면 용이나 물짐승으로부터 보호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해방 전후에는 의형제를 맺기 위해 서로의 팔뚝에 먹물로 문신을 새기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필자가 지내 온 시대에 문신은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공중목욕탕에 문신을 한 사람이 나타나면 대부분은 슬금슬금 피했다. 결국 문신맨(?) 주위는 동그란 원을 그리며 공백 지대가 발생하곤 했다. 그 문신이 몸을 휘감은 용 모양을 띠고 있으면 두려움은 배가된다. 조직폭력배가 연상되는 것이다. 지금도 문신을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조폭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폭의 상징이자 일반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문신이 ‘타투(tattoo)’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통계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꼴인 1300만여 명이 눈썹 문신이나 타투 등 반영구 문신을 할 만큼 이제 문신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타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고, 타투산업도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반영구 화장까지 포함한 문신 업계 종사자가 20여만 명에 이르고,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문신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사달이 났다. 의사들이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 해야 한다’면서 문신 시술자들을 고발한 것이다. 1992년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신 시술은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때부터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면 처벌받게 되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문신 시술을 회피했고 소비자들도 의사를 찾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 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 경험자 171명 중 1명만이 의사에게 시술받았고 나머지 경험자는 문신전문샵에서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즉, 의사에게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이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법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가 커지자, 문신시술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에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신시술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2016년에 재판관 7대 2로, 최근에 또 다시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5대 4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 6년 전에 비해서 위헌 의견이 2명 늘었다.
30년 전 대법원 판결에서부터 촉발된 문신 시술 논란은 최근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논란이 과연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논쟁인지, 아니면 의사 집단과 문신시술업계의 직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진흙탕 밥그릇 싸움에 불과한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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