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는 칼을 준비했고, 저희가 준비한 것은 종잇조각뿐”

Է:2022-03-2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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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인’ 김병찬 재판 피해자 유족 호소문

스토킹 끝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찬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매일 생각하며 준비한 도구가 이 종잇조각뿐입니다.” “살인마는 칼을 준비했지만, 한 맺히게 토해낸 한 글자 한 글자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35)의 재판에서 유족들은 글을 읽다 눈물을 쏟았다. 김병찬은 피고인석에서 두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숨진 A씨의 유족들이 양형증인으로 출석해 눈물로 사형 선고를 호소했다. 양형증인은 형벌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을 뜻한다.

A씨의 부친은 “김병찬이 직접 들어야 한다. 앞에서 하겠다”며 호소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면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사고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교통사고인 줄로만 알았다”며 “저희도 저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한 것과 다름 없다. 숨만 쉬고 있을 뿐 산 목숨이 아니다”고 흐느꼈다. 또 “얼마 전 딸의 생일이었는데 딸의 유골을 뿌린 곳에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저 살인마에게 똑같은 범죄로 되갚아 줄 수는 없지만,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해서 평생 감옥에서 참회하며 살게 해주겠다고 딸에게 약속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법정에 나왔다는 A씨의 모친도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피눈물이 흐른다. 봄이 왔지만 저희 딸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세상에 없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어 “엄마, 아빠가 너무 슬퍼하면 딸이 좋은 곳에 가지 못할까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한다”고 오열했다. A씨를 향해서는 “엄마 딸이어서 고맙다. 너와 함께한 세월이 고맙다. 사랑해줘 고맙다. 엄마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김병찬을 사회와 평생 차단해 달라. 사형에 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의 말을 듣던 재판부는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건강 잘 추스르시기를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유족들에게 건넸다.

A씨의 부모는 김병찬의 변호인들을 향해 “세상 천지에 변호할 사람이 없어서 이런 살인범을 변호하는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병찬은 총 12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앞선 재판에 이어 이날도 김병찬 측은 계획범죄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병찬 측은 지난 공판에서 “죽이려고 했다기보다 흥분해 아무 생각 없이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이었음을 주장했다. 김병찬의 3차 공판은 다음 달 11일 진행된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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