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포지역의 변화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실로 체감케 한다. 마포지역이 지난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성장의 주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대규모 신규아파트 공급, 아현동 재개발 등으로 과거 빌라촌이 무성하던 마포의 모습은 옛말이 됐다. 아현동의 경우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수 비율만 하더라도 80.5%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도시의 성장으로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수긍하기는 어렵다. 도시는 어떻게 발전하는가? 한 번쯤 품어 봤을 이 화두는 의외로 한 편의 그림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1910년작 ‘도시의 성장’은 순수한 색채의 흐름 가운데 소용돌이처럼 솟구치는 당시대의 에너지를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시민이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이 구획된 범주에 얽매이지 않고, 교차와 공존을 통해 새로운 흐름과 원동력을 갖추었을 때 도시는 비로소 성장하고 생장한다는 음미는 여전하다.
지금 마포는 새로운 변화의 지표, 인식, 열망이 한데 어우러져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다. 관건은 본말을 전도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복잡다단한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 행정서비스 역시 성장과 진화로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마포에 유입된 새로운 시민사회 계층의 특성은 정규직(전문직), 고소득, 신혼부부들로 나타나며 이들의 생애주기별 관심사는 보육·교육, 교통, 환경 등의 주제로 나타난다. 일례로「2021년 마포구 사회조사」에서 교육환경 개선 중 학교주변 환경개선에 대한 욕구가 1권역(아현,공덕,도화,용강)의 경우 49.1%로 다른 권역 평균 27.7%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다. 교육시설 개선(학교시설 및 부대시설) 항목의 경우 2권역(대흥,신수,염리,서강)이 33.9%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맞벌이부부들의 경우 직관적인 교육환경개선, 서비스·재화 지원방안, 시설 확충 등이 더 소구력 있는 정책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마포에 거주하는 대학생, 1인 가구에게는 주거, 치안, 일자리, 문화여가, 환경 등 기존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유동성의 폭이 넓고 방향이 다채로운 특성 때문에 같은 청년세대 내에서도 정책 수요의 스펙트럼은 광범위하다.
마포구는 전체 인구 37만 명 중 34%인 12만 5천명이 청년이며, 서울시 자치구 평균 31%보다도 높은 대표적인 청년자치구다. 이런 젊은 마포구가 청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예산투자와 정책 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된 정책 수요에 부흥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21년 기준 마포형 청년일자리 사업 6억9000만원, 마포청년나루 운영 3억5000만원, 마포형 청년인턴사업 2억5000만원 등 약 13억 원의 예산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마포구의 경우 22년 예산은 약 7600억 원인데, 청년인구 비중만큼은 아니더라도 10%에 해당하는 예산은 변화된 정책 수요에 맞춰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편성, 운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 비율배정이 아니라, 20년도 순세계잉여금 1200억 원, 재무결산 결과 641억 원의 흑자 재정을 기록한 마포구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가올 지방선거의 의미가 남다르다. 마포의 변화된 정책 수요를 시민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며, 그 반향에 함께 귀 기울이는 젊은 감각의 선진행정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청년도시로 마포의 도약을 이뤄낼 강단 있는 변화와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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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영 서울특별시의원(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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