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특검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는 4개월 전 박 장관이 검찰 수사팀을 불신할 순 없다며 사실상 특검에 반대하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박 장관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대장동 수사 관련 논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하는 문제가 있다”며 “상설 특검이나 개별 특검으로 조속히 논쟁을 종결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결론이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새로운 측면에서 문제”라고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1월 “법무부 장관으로서 특검 도입을 얘기하는 건 지휘·감독하는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부인·부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그러다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요구안을 제출하자 “대장동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충분치 않다는 방증”이라며 미묘하게 바뀐 입장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입장 변화가 결국 검찰의 대장동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특검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건 지금껏 대장동 수사가 공정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이 특검 도입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새로운 정부 출범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에 대해 여야가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검찰이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특검 논의 관련 수사팀의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한편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직접수사 확대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재차 밝혔다.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고, 수사를 많이 하는 게 검찰을 위한 좋은 길이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일선 의견을 반영해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한 것과 관련해 “검찰 입장에선 ‘수사 잘할테니 지휘하지 마십시오’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의 독자적 예산편성권이 필요하다는 대검 측 의견에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면 편성권 부여할 수 있으나, 이는 입법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을 놓고 법무부와 대검의 온도 차가 표면화되는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4일 두 기관의 업무보고를 분리해서 받기로 했다. 인수위 대변인실은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대검의 입장은 그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며 “법무부가 취합·정리해 보고하게 되면 대검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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