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학 최초로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이 성공회대에 문을 열었다. 성별이나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 만큼 범죄 공간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공회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모두의 화장실을 새천년관에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7년 도입이 추진되다 교내 반발로 무산된 이후 약 5년 만이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별이나 장애인용 등으로 구분된 기존의 화장실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성별이 다른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이와 어르신 등 평소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이 편하게 이용토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날 방문한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1인이 사용하기에 넉넉한 15.79㎡(약 5평) 크기였다. 휠체어를 타고서도 내부 시설물에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내부에는 휠체어를 옮겨탈 때 다치지 않도록 핸드레일과 손잡이가 설치됐고, 접이식 의자와 샤워기가 설치돼 장애인도 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했다. 세면대 쪽 벽면에는 각도를 손으로 조정할 수 있는 거울도 달려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이용자의 시야가 낮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화장실 바닥 15cm 높이에는 외부 비상통화장치도 배치돼 있었다. 이용자가 바닥에 넘어지더라도 바로 응급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성계진(20) 성공회대 총학 비대위 인권국장은 “노약자나 장애인이 넘어졌을 때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과 가까운 곳에도 비상통화장치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대와 학생들은 ‘모두의 화장실’이 인권 보호의 가치를 증진하는데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학생 백솔빈(24)씨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모두가 존중받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불법 촬영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사실상 기존의 남녀공용 화장실과 다를 바 없어 이용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학생 김모(20)씨는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모두가 마음 놓고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총학 비대위는 불법 촬영 단속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성 인권국장은 “범죄 악용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매달 학교 전체 화장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모두의 화장실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직접 화장실 사용하며 겪는 불편함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성윤수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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