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여당 지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투표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예인들을 색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하며 작성한 ‘2번녀 리스트’가 퍼지며 “명예훼손”이라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니 말고 대놓고 티 낸 2번녀 또 누구 있냐”는 글이 개재됐다. 2번녀는 ‘대통령 후보 기호 2번에 투표한 여성’을 줄인 은어다. 투표자 본인이 여성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빈약한 여성 정책을 들고 나온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비아냥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커뮤니티 회원들은 자신의 목격담을 공유하며 ‘2번녀 색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솔로가수 전소미, EXID 멤버 하니, 소녀시대 멤버 태연, 트와이스 멤버 나연 등을 거론했다. 전소미는 대선 당일 투표를 완료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적었는데, 배경이 붉은색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나연은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붉은색 풍선 모양의 이모티콘을 올렸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회원들은 “(여자가) 남성 권익을 대변한다” “소름돋는다” “건방지다” 등 원색적인 비난 댓글을 개재했다.
남성 연예인도 색출 대상에 올랐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 몬스타엑스 민혁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표를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붉은색 하트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투표 당일 붉은색 슬리퍼를 신었다’ 등 근거가 빈약한 주장들이 다수였다.
‘2번남·2번녀’로 지목된 연예인들이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했는지는 알 수 없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 중 누구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기에 민감한 아이돌 특성상 이들이 예민한 정치 이슈에 일부러 발을 담글 유인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설사 이들이 윤석열 당선인을 뽑았다고 해도 “이런 식의 악성 댓글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통념과 달리 유명인에 대한 원색적·성적 비난은 원칙적으로 전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연예업계 특성상 악성 댓글에 대해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를 하더라도 취하해주는 경우가 많아 드러나지 않을 뿐,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 일부는 12일 현재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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