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외보다 1500만원가량 비싸 ‘김치 프리미엄(김프)’이 붙었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 한때 비트코인 원화 가격이 달러 가격보다 저렴한 ‘역(逆)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연이은 악재에 국내 투자심리가 유난히 급속하게 얼어붙은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나오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사이트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11일 글로벌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와 국내 업비트·빗썸 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는 0%대에 머물러 있다. 전날에는 한때 –0.2~-0.4%까지 떨어지며 역 김프 현상을 보였다. 비트코인의 역 김프는 최근 보름새 종종 기록됐다. 국내 비트코인 수요가 해외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 알트코인도 대부분 김프 0%대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김프는 국내 투자자들의 유별난 코인 사랑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김프는 7~10%를 기록했고, 4~5월에는 20%대까지 치솟았다. 암호화폐는 거래소마다 매매 가격이 달라 같은 코인이라도 값에 차이가 있다. 넘치는 국내 수요에 투자자들은 해외보다 비싼 값을 주고 코인을 구입해왔다. 김프가 높을 때에는 차익 거래를 노리고 국내에서 해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빼돌리는 환치기가 극성을 부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잇따른 금리 인상 여파 등이 과열됐던 국내 수요를 유달리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24시간 거래 대금은 12조원에 달했지만 이날은 5조600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42.91로 공포 단계(40)를 겨우 넘어서 있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투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디지털 자산 행정명령은 추세 반등의 발판으로 해석된다.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 관련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직후 비트코인은 8%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차기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암호화폐 투자 수익 5000만원 비과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코인 발행(ICO) 허용 등을 약속했다. 새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프 약세와 차기 정부 출범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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