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계속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금융제재와 수출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자 러시아는 비우호국가를 지정하며 맞섰다. 러시아가 각종 제재를 취하겠다며 공개한 비우호국가 명단에는 미국, EU회원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됐다.
8일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에 따르면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제재가 현지에서 기업 활동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식품기업 가운데 러시아에 진출한 곳은 오리온,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팔도 등이다.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현지 법인명 도시락)는 각각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두고 현지에서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지법인 대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주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밀키스 등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러시아로 수출하는 식이다.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둔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는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출 대금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 사실상 러시아 내수기업이기 때문에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 원·부자재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진출 기업들은 앞으로 발생할 공급 부족에 대비해 원·부자재 조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진출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오리온이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오리온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매출액 117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2006년 러시아 트베리에 공장을 세워 러시아 제과 시장에 진출해 201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올리며 입지를 다져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장 현지에서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는 3개월치가량 확보됐기 때문에 러시아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한국법인과 중국법인이 긴밀하게 협조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제과는 2010년 러시아 오브닌스크시에 초코파이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제과 러시아 현지법인 매출은 약 500억원에 이르렀다. 롯데제과는 올해 초 러시아 현지법인에 약 340억 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하기도 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원재료 등은 수개월 이상 비축해 놓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다”라며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팔도의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회사다. 팔도 관계자는 “해외 송금 등의 제재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 재료 수급도 최소 수개월 이상 확보해 놨기 때문에 이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 한 당장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기업인 롯데칠성음료도 일단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루블화 환율 추이, 파급 영향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현지 파견 주재원과 직원들의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거래도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은행과 거래 중이며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사태가 길어지면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등의 우려는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사태로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장기화되면 재료 공급이나 수금, 매출 실적 등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상황이 길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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