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두고 법조계는 대통령 선거의 원칙 훼손으로 거론될 만한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빙 판세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불복 구실로 작용할 수 있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론 분열의 씨앗을 남겼다는 지적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높은 참여 열기 등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법률가들에게서 나온 말은 “피난길에도 이렇게 투표를 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법조계는 지난 5일 벌어진 확진 선거인들의 ‘쇼핑백 사전투표’ 논란을 헌법상 선거 원칙인 비밀·직접·평등선거에 반할 소지가 있는 사건으로 본다. 봉인되지 않은 기표 용지가 제3자에게 노출되도록 보관된 점은 비밀선거에 반하는 것으로, 투표함에 직접 투표하지 못한 것은 직접투표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실정이다. 애초 일반 유권자와 다른 시각·장소에 다른 방법에 따라 투표한 것이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시각마저 제시된다.
논란의 원인이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확진 선거인들의 투표 내용을 따로 모으는 일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 법률가는 국민 주권 실현이라는 사안의 중차대함에 비춰 잘 납득되지 않는 잡음이라는 반응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표 용지를 쇼핑백에 담기보다는 따로 예비투표함을 두고, 추후 참관인의 참관 하에 하나로 옮기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았겠느냐”며 “지금 일어난 일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이미 오해와 불신을 낳은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본인의 투표 용지가 외부에서 보이게끔 관리됐다거나, 관리하던 관계자가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거나, 심지어는 확진자의 이중 투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등의 경험담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장되고 왜곡되고 자기의 색깔을 입힌 경험담들이 뒤섞여 있겠지만, 물음표는 남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엎질러진 물이 됐고, 선거 이후의 국가 상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만일 근소한 차이로 당선인이 결정된다면 틀림없이 패배한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것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에게 후폭풍이 온다”며 “잘못하면 또 지금부터의 5년이 국론 갈등의 시간이 된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선거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본 투표 이전에 정부 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는 물론 정확하고 엄중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이 선관위 관계자들의 직무에 대한 징계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고의성 입증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선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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