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이모(49)씨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는데, 최소 그 일주일 전부터 ‘고독사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빌라 4층 그의 집 앞에는 배달된 택배가 쌓여갔고, 그 기간 방안의 전등도 켜진 채로 있었다. 동네 주민들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씨는 평소와 달리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수개월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 증상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이씨의 집 근처에서 만난 이웃 A씨는 “일주일 째 고인의 현관문 앞에 택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며 “집 안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주민들이 공공연히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웃 B씨는 “며칠째 고인의 집 전등이 꺼지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평소 대화 참여가 활발한 편이었던 이씨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C씨는 “동네 현안을 주고받는 채팅방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이씨가 계속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으로 표시됐다”고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데다가 폐색전증 등 지병이 있어 이씨를 방문간호 관리를 해 오던 주민센터도 이씨의 죽음을 한동안 알지 못했다. 이씨의 휴대전화는 지난달 21일 전원이 꺼진 뒤로는 다시 켜지지 않았다. 주민센터 측은 일주일 뒤 그의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에 주민센터는 ‘연락이 되지 않아 방문했다. 연락 달라’는 쪽지만 남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주민센터는 지난 2일 주민들로부터 “이씨의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함께 출동한 소방관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자 이씨가 거실에 앉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부패가 심해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의 시신이 1~2주 정도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부작용을 겪어 지난해 11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폐와 신장 쪽에 지병도 앓고 있었지만, 백신 부작용을 겪었던 만큼 백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씨는 (다른 관리대상자에 비해) 젊은 편이라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며 “직원 1명당 100가구 정도를 맡고 있다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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