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땅의 최고 지성에서 깊은 영성으로 순례를 마친 이어령 박사의 소천을 기독교계가 애도하고 있다. 이 박사는 딸 이민아(1959~2012) 목사가 인생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모습에 감명 받아 회심했다. 그는 2007년 하용조(1956~2011) 온누리교회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은 뒤 다양한 교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신앙 여정을 나눴다. 장례식장에는 교계 인사를 포함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보낸 화환이 가득했다. 목회자 기독출판인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박사와 인연을 회상하며 애도했다.
세례식 당시 기도를 맡았던 홍정길(80)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28일 “나는 그가 세례 받는 순간이 이 박사 인생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전까지 뛰어난 감성과 논리의 천재였다면 세례를 기점으로 하나님의 영과 맞닿게 되면서 지성과 영성이 통합되는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홍 목사는 이 박사의 회심을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그것과 비교했다.
그는 “파스칼은 철저한 이성주의자였지만 인생의 허무를 해결할 수 없어 괴로워하다가 신앙인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자기 누님을 보면서 사상의 전환을 이뤘다”며 “이 박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딸 이 목사의 모습을 보면서 회심을 겪으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아들을 돌연사로 잃고 스스로 암을 앓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데 힘썼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원을 사모하는 삶’(요일 2:17)이라는 제목으로 입관예배를 진행했다. 오 목사는 “이 박사는 영원을 사모하며 투병 중에도 한국 교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며 진리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와 함께 책을 준비했던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추모사에서 “나를 생명의 동지로 부르며 기독교 진리에 파고들었던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2일 충남 천안공원묘원에서 하관예배를 인도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이 박사가 세례 받기 전에도 다른 지성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인 지성의 빛을 발한 이유는 영성을 추구하는 구도자로서 이성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며 “구도자에서 신자로 변화된 이후에는 보다 통합된 시각으로 지성을 바라 보실 수 있게 됐다”고 기억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이 박사의 투병 이후 2차례 만났다고 한다.

그는 “가장 놀라운 것은 항암 치료 없이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여정을 통해 죽음의 스승이 되셨다는 것”이라며 “이 땅에서 영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평안 가운데 이 박사님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하늘나라에서 하용조 목사님을 만나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누실 줄 믿는다”고 했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28일 오후 이 박사를 조문했다. 김 목사는 “10년 전부터 여러 대학총장들과 분기별로 기도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이 박사님을 몇 번 초청해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김병묵 경희대 총장, 장종현 백석대 총장, 김성영 성결대 총장 등이 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딸 이민아 목사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된 이후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이제 하나님 품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10여 년 이 박사와 가깝게 지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그 분이 더 오래 건강히 계시면서 한국 교회에 더 깊숙이 지성과 영성을 나눠주시길 바랐는데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도 화환을 보내 조문했다. 김 목사는 “이 박사님이 암 투병을 시작할 무렵 지인을 통해 박사님이 제가 전하는 메시지를 종종 접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뵈려 했는데 이 박사님의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신앙적으로 보면 참 아쉬운 보물을 잃은 듯하다”고 했다.
강주화 박재찬 기자 rula@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