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구매 제한에 들어간 첫 주말 서울 시내 약국·편의점에선 20~25개 단위로 포장된 키트를 낱개로 놔눠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소분 작업을 한 키트가 순식간에 동나는 바람에 약국과 편의점을 찾은 시민들이 헛걸음하는 경우도 많았다.
마포구 한 약국 직원 3명은 주말 동안 25개 단위로 배송된 키트를 5개씩 소분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부터 키트의 온라인 유통을 금지하고 약국과 편의점을 통한 판매만 가능하도록 했다. 1인당 1회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약국들은 5개가 아니라 1개씩 낱개 포장하느라 예상보다 많은 작업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약국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1~2개씩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일일이 낱개 포장했다”고 전했다.
휴일에도 영업을 하는 서대문구 한 약국 관계자는 “25개 한 통을 소분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며 “손님 응대와 약 조제로 인해 쉬는 시간에 짬을 내 소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키트를 소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반면 찾는 손님들은 몰려 곳곳에서 조기 품절 현상이 이어졌다. 동작구 한 약국은 “전날부터 키트를 2개씩 소분해뒀지만 오늘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종로구 한 약국도 “문 연 지 2시간 만에 재고가 다 떨어졌다”며 “오후에 온 손님은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온라인 판매 금지로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키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시민들은 재고가 남아있는 곳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구로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아이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해야 하는데 약국과 편의점 2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직 구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당장 오늘부터 약국과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파는 곳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탄했다.
낱개로 구매한 이들은 설명서가 빠져 애를 먹기도 했다. 설명서는 기존 20~25개 묶음에 1장 정도만 들어있다. 이날 오전 세종시 한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한 최모(33)씨는 “약국에서 일회용 지퍼백에 키트 두 개를 담아줬는데 설명서가 없어 온라인으로 찾아봤다”고 말했다. 온라인 약사커뮤니티에는 약사들이 직접 만든 설명서를 프린트한 후 안내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키트를 구하기 힘든 건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종로구 한 편의점 점주는 “오전에만 10번 넘게 재고 문의가 왔지만 키트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 판매 사실을 아직 숙지하지 못한 편의점 직원들이 “그걸 왜 편의점에서 찾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 판매가 제한됐지만 16일까지는 재고 처리에 한해 계속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남은 키트를 구매하기 위한 배송 문의가 폭주했다.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달 1개당 3000~5000원대였던 키트는 5만원대(2개입)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9일부터 2주간 약국·온라인쇼핑몰과 선별진료소 등에 3546만명분을 공급했지만 수급 문제가 안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키트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향후 3주간(2월 13일~3월 5일) ‘자가검사키트 유통개선 조치’를 시행한다. 이달 말까지 약국·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개인 구매용 3000만명분, 선별진료소와 취약계층 지원 등 공공분야용 2400만명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민지 박장군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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