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사표를 낸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10일 퇴임식 후 검찰을 떠났다. 박 차장검사는 검찰을 떠나는 이날도 사표의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국민일보와의 문자메시지에서 “언론의 관심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박 차장검사는 이날 퇴임식 직후인 오전 11시18분 홀가분한 표정으로 나와 직접 차량을 몰고 성남지청을 떠났다. 그는 성남지청이 경찰에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경찰에서 충분히 잘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련해 수원지검 연락을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박 차장검사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국민일보 2월 4일자 15면 보도).
박 차장검사는 이날 박은정 성남지청장을 만나 인사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박 차장검사는 “우리 청이 잘 됐으면 한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박 지청장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수사팀의 재수사 요청에도 그 결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박 차장검사는 사표 제출 당시 검찰 내부망에 “더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날 퇴임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성남지청도 보안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퇴임식 전 “박 지청장의 참석 여부는 공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박 차장검사는 이날 출근한 뒤 성남지청 본관과 별관을 돌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차를 몰고 청사를 떠날 때는 동료 직원 여러 명이 박수를 치며 배웅했다.
검찰 내부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 차장검사의 조용한 인품을 안다는 이들은 “그가 왜 사표 이외 방도가 없다고 했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 댓글 수백개가 달리기도 했다. 정작 박 차장검사는 주변에 사의 소식을 전할 때 자세한 설명을 아꼈고, 절차를 거쳐 진상이 드러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박 차장검사 사의 표명 이후 검찰 대응에 실망했다는 평가도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성남지청은 그의 사의 표명이 알려진 직후 “보완수사요구를 막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이튿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박 지청장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 무마에 대한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수원지검은 부장회의를 열어 성남지청에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법조계에서는 상급 검찰청이 부장회의를 열어 보완수사 여부를 지휘하는 자체가 이례적이고, 대검이 성남지청 보고를 받은 후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박 차장검사는 자신이 수사팀 일원으로 일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사건 유죄 선고 다음 날 검찰을 떠났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일 서울고법에서 8년3개월 만에 유죄 판결이 났다. 박 차장검사는 판결 선고 전 주변에 “이 사건 선고까지는 보고 나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조민아 기자, 이경원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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