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의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은 웬만해선 운전 중 핸들에서 손을 땔 필요가 없다. 내비게이션 설정, 음악 재생, 에어컨·히터 작동 등을 모두 음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라 그런지 편리성보다는 핸들에서 손을 놓는 순간의 위험을 방지하려고 만든 듯 했다. 지난달 22일 XC60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인천까지 약 110㎞를 달렸다.
볼보는 지난해 9월 XC60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2017년 2세대 이후 4년 만이다. 그 사이 볼보는 디젤 엔진을 완전히 없앴다. 기존 XC60은 휘발유(T6, T8)와 디젤(D5)의 3개 모델이었는데, 새로 출시된 라인업은 휘발유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B5, B6)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모델로 구성했다. 시승차는 B5 AWD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군데군데 크롬 장식으로 디테일을 더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의 망치 손잡이 부분이 중앙 그릴까지 닿도록 늘렸다. 차량 뒤쪽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겨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운전석에 앉자 생각보다 실내 공간이 크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기어노브였다. 스웨덴의 크리스탈 브랜드 오레포스(Orrefos)가 제작한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은은함을 더했다. 갈색의 나파 가죽시트와 천연 나무 소재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줬다. 헤드레스트는 일체형으로 구성돼 시트에서 분리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 목 보호를 위한 최적의 각도로 고정한 뒤, 운전자가 임의로 조절할 수 없게 했다. 역시 안전의 볼보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키 173㎝ 성인이 앉으면 무릎 공간이 주먹 2개 정도 남는다. 시트 어깨 부분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2열 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접을 수 있다. 그러면 적재 공간이 483ℓ에서 1410ℓ로 늘어난다. 직접 누워보니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자리에 예민하지 않다면 차박(차에서 숙박)도 가능해 보였다.

XC60의 가장 큰 특징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아리아’를 불러 목적지를 말하자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에서 내비게이션 티맵이 목적지를 안내했다. 그동안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한국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최대 단점으로 꼽혀왔다. 운전석 계기판에도 티맵이 표시돼 대시보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됐다.
“아리아, 뒷좌석 에어컨 온도 좀 올려줘”라고 말하자 뒷좌석 에어컨 온도가 1도 올라갔다. “김동률 노래 틀어 줘”라고 하자,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앤드윌킨스(Bowers&Wilkins)의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에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가 흘러나왔다. 볼보는 SK텔레콤과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 음악스트리밍서비스 플로(FLO)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LTE 데이터는 5년, 플로는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볼보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의 음성 인식률이 9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주행은 부드러웠다.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35.7㎏·m의 성능을 낸다.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 차에는 콤포트, 스포츠, 에코 등의 운전자 취향에 맞는 드라이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XC60에는 이 기능이 없다. 주행모드가 ‘콤포트’에 맞춰진 느낌이었는데, 이것도 운전의 즐거움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볼보스러웠다. 전장은 4710㎜, 전폭 1900㎜, 전고 1645㎜. 가격은 6800만원부터 시작한다.
글·사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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