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던 맹자 어머니의 지혜와 사랑을 전하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필자도 학생들의 진로진학 현장에 몸담으며 뵀던 부모님들을 떠올려보면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더라도 교육열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굳이 옛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교육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주거 인프라다. 특히 수요와 여건이 직접적인 삶의 만족도와 결부돼 있으나, 그 공급은 상대적으로 경직되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정책 화두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40대 맞벌이 부부가 육아 문제 때문에 마포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떠났다가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얼핏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사례 같지만, 한편으로는 응당 뒷받침됐어야 할 교육 인프라가 미비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고심을 거듭하게 된다.
작금의 마포는 서울서북권 교통의 요충지로서 뛰어난 직주근접성 및 역사와 문화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 ‘강북의 강남’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곳이다. 지난 10년사이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이 이뤄지면서부터 이른바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으로 회자되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도시환경과 생활시설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반면 교육, 문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다.
2017년 6월 한 경제지에서 게재된 기사에서도 이미 마포지역의 사례를 들며 “중학생 자녀 둔 부모들 강남행...”을 언급하며 교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공급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위론적이지만 정책의제 설정에 있어서 정책 수요와 지역적 특성을 행정영역에 기민하게 투영해야 한다.
2021년 마포구에서 발간한 혁신교육지구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청소년문화의 집이 16개소인 상황에서 관내에서 3개소가 있어 청소년시설을 통한 다양한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자부해도 좋을 특장점이다. 다만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지도하는 관점에서 보면,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는 부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역량을 키워나가는 가운데 꾸준한 학업성취도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밖 교육 시설 확충 못지않게 직접적인 교육예산 투입과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마포구의 경우 자녀 교육을 위해 이탈해온 부모의 정책 수요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지원하는 인프라 확충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한 보육 공백과 학력 격차 우려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 특화된 교육정책을 통해 마땅히 뒷받침해야 하는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행정 편의와 공급 중심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단계별, 대상별, 수요별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교육 인프라 확충 로드맵 구축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행정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만약 맹자의 어머니가 마포에 살았더라면 ‘맹모삼청지교(孟母三請之敎)’,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세 가지 청원을 넣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기영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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