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재판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들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 회계사만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과연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윗선’ 수사는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소유주 정 회계사의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장동 4인방’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민용 변호사도 지난달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선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어 모든 피고인들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본격 공판 전부터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김씨 측이 녹취파일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녹취파일 ‘등사’를 신청하자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 원본 복사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녹취파일에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음성이 포함돼 있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녹취파일 열람·등사를 허용하라는 입장을 내놨고, 검찰이 “법원의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최소 651억원 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에 이르는 시행 이익을 화천대유 측에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유 전 본부장은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씨로부터 5억원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하고,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도 받는다.
이들 중 마지막으로 기소된 정 변호사는 ‘대장동팀’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이익이 갈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 작성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의 윗선을 쫓는 수사는 공전을 거듭하는 양상을 보인다.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의 사퇴 압박 의혹에 연루돼 있고,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직전 당사자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의 조사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정 부실장은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해 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개인 사정과 선거 일정으로 소환 조사를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구체적 계획은 알리지 않고 있다.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관련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6일에 만료된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50억원을 약속하거나 제공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로비 의혹 규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수사를 위해 대법원 자료 압수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데 이어, 고발 건 가운데 변호사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 위반건을 경찰에 이송한 바 있다. 다만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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