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부실 대응 탓에 계획된 보복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 가족은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인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B 전 경위와 C 전 순경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 변호인은 “이 사건은 우발적 살인미수가 아니라 계획된 보복 범죄”라며 “그만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 가족은 단순히 경찰이 현장을 이탈했다는 것만으로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면서 “경찰은 어이없는 실수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A씨 가족은 고소장에서 사건 당일 2차례의 신고 중 첫 신고 때 사건 피의자 D씨(48)가 흉기로 출입문을 따려는 소리를 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흉기가 손상되자 인근 마트에서 새것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현장에 출동한 B 전 경위가 D씨와 만났을 때 그가 손에 피를 흘리고 있었던 만큼 제대로 상황을 살폈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전 경위가 첫 신고 당시 동료 경찰관이 A씨의 딸로부터 공동 출입문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직접 누르는 모습을 보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두 번째 신고 후 흉기 난동이 벌어졌을 당시 B 전 경위가 현장을 이탈한 C 전 순경과 함께 출입문 밖으로 나간 뒤 비밀번호를 누르지 못해 현장 합류가 늦었다는 것은 거짓 진술이라는 게 A씨 가족의 주장이다.
A씨의 변호인은 “경찰이 사건 책임을 축소하는 것을 막으려면 현장 폐쇄회로(CC)TV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사건 피의자인 D씨를 살인미수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D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A씨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D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A씨와 딸도 얼굴과 손을 다쳤다. D씨는 사건 발생 2~3개월 전 이 빌라 4층으로 이사를 왔으며 3층에 사는 A씨 가족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었다.
사건 당시 빌라에 출동했던 B 전 경위와 C 전 순경은 해임됐다. 인천경찰청은 이들뿐 아니라 이상길 전 인천 논현경찰서장과 모 지구대장 등 모두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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