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내부고발자 노승일(46)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결정에 대해 “촛불 시민들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일에서 삼성그룹이 정유라씨에게 사줄 말을 테스트하는 동영상을 촬영, 2016년 12월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되게 한 인물이다. 현재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도덕과 법이 기초되지 않으면 통합과 화합은 없다”며 “이번 사면은 국민 화합이 아니라 촛불을 든 시민과 안 든 시민을 더 멀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 이유로 국민 통합을 들었지만 사실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고려에 따른 일이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한 전 총리의 복권이 맞바꿔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말했다.
노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촛불 시민의 한 사람이자 적폐에 맞서 싸웠던 당사자로서 매우 실망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면 결정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저버린 행동”이라며 “이 사면으로 인해 공정과 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정부의 구호도 ‘립서비스’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 시민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묵묵하게 정부를 지켜보며 잘 마무리되길 원했던 사람인데, 이번 사면 결정은 이런 믿음에 큰 타격을 줬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태 내부고발자로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그는 정치에 입문, 민생당에서 일했다. 지난해 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7.5%를 득표(2위)했고, 현재는 탈당해 열린민주당 당원이다.
노씨는 통합과 화합을 명목으로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다는 말이 모순적이라고 했다. 진정한 국민적 통합은 법의 엄정한 심판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노씨는 반문했다. 노씨는 “법을 어긴 이가 받아야 할 처벌을 대통령이 특별히 면해 준 것”이라며 “고유한 권한이라지만, 사면이란 한편으로 보면 법에 반하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공천 개입,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등으로 총 22년의 징역형이 확정됐었다. 박 전 대통령이 복역한 기간은 형기의 4분의 1에 못 미치는 4년 9개월이다.

노씨는 “전 세계가 광화문의 촛불 민주주의를 놀라워 했던 이유도 결국 도덕과 법을 세운 모습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촛불 집회에는 어떤 충돌도 없었으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말해준 것도 누구든지 법치를 훼손하면 대통령이라도 파면·처벌된다는 메시지였다고 그는 말했다. 노씨는 “그런데 이제 누가 누굴 위해 통합과 화합을 말하느냐”며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엔 공정과 정의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모습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K-스포츠재단에서 일하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정착을 도왔던 노씨는 2016년 말 최씨의 행적을 폭로했다. 그때부터 국정농단 조사특위 청문회, 헌재 탄핵심판, 검찰과 특검 수사, 법원 재판에서 중요한 증언을 담당했다. 현재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국민이지만, 공정과 정의가 세워져야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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