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계고 현장실습 안전 대책이 다시 한번 발표됐다. 2017년 통신사 콜센터에 실습 나갔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제주 음료공장 압사 사고, 지난 10월 고(故) 홍정운군 익사 사고까지 학생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생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5년마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매년 실행 계획을 수립해 이행토록 의무화한 ‘직업훈련촉진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그런 법 조항이 있는지 최근에야 알았다”, 고용부는 “주무부처인 교육부 요청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고용부 등은 23일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6일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 작업에 투입됐다 사망한 홍군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홍군 사고 79일 만이다.
방안은 먼저 현장실습 기업을 사전에 현장실사하기로 했다. 건설 등 유해·위험 업종은 현장실사에 고용부 참여를 확대한다. 교육부와 고용부가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 사망재해 발생 사업장 등의 사업자등록번호도 공유한다. 위험한 사업장에 학생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감사원이 지난 2019년 ‘산업안전 전문가 참여 확대 등 안전점검 강화 방안 마련’ ‘교육부·고용부 현장실습 제한기업 정보 공유’ 등을 지적했는데 이번에 반영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보공유는 하고 있었으나 사업자등록번호까지는 공유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부담하는 현장실습비 부담도 완화한다. 현행 기업 70%, 정부 30%에서 내년 9월 이후 기업 40%, 정부 30%, 교육청 30%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기업들이 아낀 비용을 현장실습생 안전 등에 활용토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기업들이 줄인 비용을 학생에게 쓰도록 교육청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기업들이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그 밖에 부당대우 신고센터 홍보를 강화하고 부당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지만 취업을 매개로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현실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제까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은 갈지자 행보를 해왔다.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실습을 틀어 막고 취업률이 떨어지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의 반복이었다. 중장기 계획 없이 여론에 따라 대증적 대책이 반복되는 이유로 교육부가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 4조는 “국가는 직업교육훈련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동법 시행령에는 “교육부장관 및 고용노동부장관은 직업교육훈련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강행 규정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다. 법대로라면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 시·도교육청 등이 5년마다 협업 체계를 가동해 중장기 대책을 만들고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 미흡한 부분을 수정·보완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2011년 관련 조항이 법에 들어간 뒤 이뤄지지 않았다. 원래 고등교육정책실 담당이었는데 직제 개편으로 평생교육국으로 왔는데 담당부서에서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고 해명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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