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달 들어 세 번째 지하철 시위로, 오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개정안이 논의되기에 앞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취지다.
전장연은 20일 오전 출근길 왕십리역, 광화문역 등 서울 지하철 5호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습시위를 벌였다. 장애인 30~40명이 휠체어에 탑승한 채 팻말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해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었다. 출근 시간에 시위가 기습적으로 이뤄지면서 방화행 열차 운행이 10분가량 지연되고, 왕십리역 안전문이 파손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전장연은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약자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시위를 기획했다. 오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교통법안소위를 열고 ‘저상 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차별 철폐’ 등이 포함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단체는 “교통약자법 개정안 시행이 시급하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설계비조차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는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사망사고’ 20주년이 되는 해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이들은 개정안을 위해 올해만 10여 차례 지하철 시위를 벌였다. 단체는 “서울시와 공사가 2000년 초부터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실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 뇌병변 장애인이 장애인 야학에 다녀오다 당시 엘리베이터가 없던 혜화역에서 휠체어 이동용 리프트를 타다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장애인 야학 측은 서울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였다. 이후 혜화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생겼지만 사고는 계속됐다. 2년 뒤인 2001년 경기도 시흥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아내가 사망했다.
당초 전장연은 시민 혼란을 우려해 지하철 시위를 예고한 적도 있었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이 지하철역을 아예 봉쇄하자 기습적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시위가 예고된 혜화역 출구 엘리베이터를 한 시간 이상 운행하지 않았다. 당시 혜화역에는 ‘금일 예정된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전장연은 지난 9일 “장애인을 차별했다”며 서울교통공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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