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에 아내를 내쫓으려고 다섯 살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목까지 조른 아빠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춘천지법 형사2단독(부장판사 박진영)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4)의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크리스마스 연휴였던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아내와 카드 사용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아내가 이를 거부하자 불똥이 딸 B양(5)에게 튀었다. A씨는 아내에게 “안 가면 B를 죽여버릴 거야”라며 안방에 있던 딸의 목을 졸랐다. 아내가 이를 말리자 A씨는 딸이 보는 앞에서 아내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과 몸을 수차례 때리기까지 했다.
A씨는 재판에서 “딸의 목을 조른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아내와 B양의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들어 A씨가 B양이 제대로 숨을 못 쉬고 목이 빨갛게 될 정도로 목을 세게 조른 사실을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그 누구보다도 피해자의 건강, 행복, 안전을 지켜주며 보호·양육해야 함에도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건 이후 A씨가 B양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을 보듬고 B양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이 고려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B양이 “아빠를 처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아빠하고 같이 놀잖아”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영상이 제출된 점도 고려됐다. A씨가 아내를 폭행한 사건은 아내가 처벌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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