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수면 마취 상태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대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환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A성형외과 소속 의사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B씨(21)는 지난 3월 4일 수면마취 상태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뒤 코 수술을 위해 대기하던 중 안면근육 강직이 나타났고 41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을 찾지 못해 인근 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이튿날 사망했다.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악성고열증’으로 추정됐다.
유족 측은 의료진이 수술 도중 발생한 응급상황을 조기에 대처하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악성고열증 조치를 위해 사용한 약물이 B씨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족 측 변호인 이인재 변호사는 “B씨 몸에서는 ‘라베탈롤’이라는 약물이 검출됐는데, 이 약물은 고혈압이 발생하면 이를 완화하는 용도로 쓰인다”며 “이로 인해 혈압이 갑자기 낮아져 쇼크로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의료기록지에는 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병원이 특허를 받았다고 광고 중인 특정 수면마취법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병원은 해당 수면마취법과 관련해 “전신마취보다 안전하고 중간에 깰 위험이 없으며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문제의 수면마취법은 2014년 1월 특허 심사가 거절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특정 마취법에 대한 특허가 아닌 상표권을 출원했다가 한차례 거절된 이후 수정을 통해 2014년 10월 상표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광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병원 측은 홈페이지 광고와 무관하게 B씨에게는 이 마취 방식을 쓰지 않았으며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의 처치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B씨의 수술 집도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 수면마취가 아닌 전신마취를 통해서 수술을 진행했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며 “악성고열증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증상이라 예측할 수 없었다.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악성고열증 완화 약물인 단트롤렌이 구비된 상급병원을 찾아 이송하는 등 최선의 처치를 다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양측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수술실 CCTV 영상과 의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형 및 마취 분야 감정전문의의 감정을 진행했지만 판단이 엇갈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추가 감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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