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배구에선 ‘3대 2 풀세트 접전’이 안 보인다. 현대건설이 9연승을 달리며 독주하는 가운데, IBK기업은행과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1승만 챙긴 채 하위권을 형성하는 등 시즌 초반 팀들 간 전력차가 극명히 나뉜 영향이다.
17일 현재까지 치러진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8경기 가운데 3대 2 풀세트로 끝난 경기는 두 경기뿐이다.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절대강자 없이 순위 변동이 심한 남자부에서 7경기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지난 시즌 초반 28경기 중 3대 2 풀세트까지 간 7경기였다. 현재의 3.5배다. 전체 시즌으로 봐도 90경기 중 29경기로, 세 번 중 한 번꼴로 접전이 벌어진 셈이다. 그만큼 올 시즌 초반에는 치열한 접전은 줄고, 싱겁게 끝난 경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풀세트 접전 두 경기 모두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5일 현대건설, 지난 16일 IBK기업은행에 각각 2대 3으로 졌다. 앞선 경기에선 현대건설이 잦은 범실로 흔들렸고, 후자는 전력이 비슷한 하위권 두 팀 간의 경기였다.
3대 2 풀세트 접전의 줄어든 데는 초반 순위권이 일찍이 고착화 한 영향이 크다. 현대건설이 극강의 9연승 독주를 달리고, KGC인삼공사가 17일까지 현대건설에 단 1패만 기록해 2위에 자리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 우승팀 GS칼텍스는 1, 2위에만 3패하며 3위로 뒤따르고 있다.
이번 시즌 3대 0 셧아웃 12경기 중 11경기 승리도 이들 1~3위가 가져갔다. 1위 현대건설이 5번 셧아웃 승리했고,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가 각각 2번, 4번 셧아웃 승리했다.
특히 지난 시즌 6위, 5위로 최하위였던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가 돋보인다. 현대건설은 새로 부임한 강성형 감독을 필두로 ‘괴물’ 외국인 선수 야스민, ‘공수 만능’ 양효진을 비롯해 고예림, 황민경, 김연견, 김다인, 이다현, 정지윤 등 거를 선수가 없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이소영을 자유계약(FA) 선수로 영입해 공격을 보강하고, GS칼텍스로 이적한 주전 리베로 오지영의 공백을 노란이 완벽히 메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하위권에는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이 있다.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서로에게 거둔 1승이 전부이고, 17일 현재 2승 6패를 기록 중인 흥국생명의 승리도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따냈다.
페퍼저축은행은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데다 5개월 만에 급히 창단해 호흡을 맞출 시간이 극도로 부족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중국 이적과 이재영·이다영이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국대 3인방인 김수지·김희진·표승주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은 예상과 달리 시즌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로 7연패를 당하며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다만 리그 초반 판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에는 3대 2 접전이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적다”면서도 “다만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향후 리그가 진행되면서 경기 집중력이 올라간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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