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활화산인 이탈리아 에트나산에서 수십 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유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밤(현지시간) 시칠리아섬 에트나산 중턱의 외딴 동굴에서 키 1.7m가량의 남성 유해가 발견됐다. 관할 경찰이 산악 구조견을 훈련하면서 우연히 찾은 것이었다.
이 유해의 사망 시점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 사이로 사망 당시 나이는 최소 50세 이상으로 추정됐다.
현장에서는 그가 입었던 옷과 신발, 오메가 손목시계, 빗, 1977년 발행된 리라화 등 유품이 고스란히 놓여있었으며 코와 입이 다소 기형적인 특징을 가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찰에는 미제 실종자 가족들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970년 9월 시칠리아 주도인 팔레르모에서 실종된 탐사기자 마우로 데 마우로(실종 당시 49세)도 있었다. 그의 딸은 발견된 유해의 코와 입이 기형이라는 이야기를 근거로 경찰에 연락했다. 데 마우로도 2차 세계대전 때 입은 상처로 코와 입이 기형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데 마우로의 실종 사건 수사 당시 그가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에 의해 살인 납치·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데 마우로는 당시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업체 에니(ENI)의 엔리코 마테이 회장 사망과 코사 노스트라의 연관성을 추적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테이 회장은 1962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는데 당시 사고가 코사 노스트라의 폭발물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많았다. 러시아·이란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마테이 회장을 눈엣가시로 보는 미국계 글로벌 석유회사의 청부로 그를 제거했다는 전 코사 노스트라 조직원의 폭로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경찰 수사에도 데 마우로의 행방은 끝내 파악되지 않아 실종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다.
경찰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DNA 분석을 토대로 한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데 마우로는 모든 가능성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시신에 살해 흔적이 없어 사망 경위도 밝혀야 할 과제다. 유해가 발견된 동굴은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고 인적도 드문 곳이어서 스스로 이 동굴을 찾아 들어갔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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