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던 한 누리꾼이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기로 했다는 게시물을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후보는 이 글을 공유하며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홍카단은 홍 의원의 지지자들로 2030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작성자는 글에서 “존경하는 이 후보님. 이번에 이 후보님을 찍기로 한 홍카단 중 한명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글이 정말 꼭 닿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제 진심을 담아 하고 싶은 말들 꾹꾹 눌러 썼다”며 운을 뗐다.

작성자는 “정책, 까짓 실패할 수도 있다. 세상일이란 게 그런 거니까. 의도와는 다르게 엇나가기도 하고 그래서 당황스럽고 난감해지기도 한다. 근데 그러면 고쳐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볼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부동산과 페미니즘, 이 두 가지 만큼은 (민주당이) 그러질 않았다. 감히 입 밖에 꺼내선 안되는 볼드모트(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 속 등장인물로, 그의 이름을 말하는 건 위험한 행위로 간주된다) 같은 존재가 되어 민주당 내에서 아무도 비판을 하지 못했고 바로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나마 부동산은 저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나아진 듯하지만, 페미니즘은 민주당에게 아직도 볼드모트지 않느냐. 이 후보도 그러신다. 감히 그 이름을 입밖에 꺼내선 안 되지 않느냐”며 “물어보고 싶다. 대체 언제부터 페미니즘이 ‘성평등’이었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 여성혐오자가 되고 백래시가 된다. 이게 군사정권 시절 ‘빨갱이 프레임’이랑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성자는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이들과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작성자는 “그렇게만 하신다고 약속해주시면 정말 영혼 갈아서 기쁜 마음으로 웃으면서 (이 후보를) 찍고 동네방네 이재명 찍었다고 자랑하고 다니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의원을 적극 지지했던 2030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가 이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도 2030 남성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기보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앞선 8일에도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 5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인쇄해 공유했다.
10일 오전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앞서 공유한 글의 내용에 동의해서 공유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토론자가 “공유한 글에는 2030 남성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페미니즘에서 시작됐고, 이 후보가 페미니즘 정책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공유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는 “동의해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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