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핼러윈 데이’ 특수를 맞아 들뜬 상인들의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식당 내부 곳곳에는 괴기스러운 모양의 핼러윈 장식들이 걸려있었다. 음식점 점원들도 얼굴에 혈흔이 선명한 분장을 하거나 각종 영화·애니메이션 캐릭터 의상을 입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한 음식점 점원은 ‘본 업소는 식사할 때 외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입구에 부착했다. 이 점원은 “(이제까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매장 내에서 춤을 추는 손님들이 있었다”면서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약 300m 길이의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였다. 30대 권모씨와 친구 6명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검은 가면을 쓴 빨간색 의상의 요원, 게임 참가자의 녹색 생활복 모습으로 꾸민 뒤 이태원 거리를 활보했다. 권씨는 “이제 코로나19도 서서히 물러나는 것 같아 일주일 전부터 의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몰려든 사람들로 지금껏 유지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순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일부 술집 앞에는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몸을 밀착해 길게 줄을 섰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서로 뒤엉키면서 50㎝도 떨어지지 않은 채 걷기도 했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입구에 비치된 소독용 ‘방역 게이트’는 대다수 시민이 무시한 채로 지나가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일부 시민들은 ‘노마스크’나 ‘턱스크(코를 내놓은 채 마스크로 턱만 가린 상태)’로 거리 술판을 벌이다 경찰의 해산명령이 나오고서야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태원의 한 음식점 점주는 “위드 코로나로 숨통이 트이자마자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해 또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확진자 급증이 일상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9일 서울에서만 총 7건, 272명이 방역 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위드 코로나 시기 술자리가 잦아질 것에 대비해 강도 높은 음주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유흥가와 식당가 등 지역별 음주운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집중 단속에 나선다.
전성필 박민지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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