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 팔로워 수백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A씨는 촬영시설과 보조 직원 등까지 갖춘 명백한 부가가치세법상 과세사업자이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광고비를 받고도 광고라고 밝히지 않는 ‘뒷광고’로 얻은 광고소득 신고도 빠뜨렸다. 그러면서 수억 원대의 슈퍼카 3대를 빌려 가족들과 타고 다녔다. 이와 관련된 지출을 포함해 해외여행, 고급 호텔 이용, 피부관리소 등 개인적인 지출을 종합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업무상 비용으로 계상했다.
SNS상 구독자가 수백만명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B씨는 해외 후원 플랫폼을 통해 얻은 후원금과 SNS에 올린 영상 속 간접광고(PPL)로 얻은 광고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 6채 분양권을 사들여 가족에게 주고 대출금을 대신 내주면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원룸과 오피스텔 수십 채를 임차한 뒤 사업자 등록 없이 해외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숙박공유업을 해온 C씨는 탈루한 소득으로 고가 아파트와 상가를 사들였다. 그는 과거 부동산 공인중개사 경험을 살려 공실인 지역 원룸·오피스텔의 불법 숙박공유업을 대행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인플루언서나 숙박공유 사업자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국세청 조사 대상에 오른 인플루언서 16명의 평균 팔로워 수는 549만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뒷광고나 간접광고 등을 통한 광고 수입을 탈루하거나 해외 후원 플랫폼이나 해외 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가상계좌 등을 활용해 후원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미등록·불법 숙박공유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자 17명은 평균 34채의 원룸과 오피스텔을 임차해 돈을 벌었다.
이들이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가상계좌는 모두 운영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에서 과세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세청은 외국 과세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탈세 혐의가 있는 집단 전체에 대한 과세 정보를 확보하고 해외 지급결제대행자료 등을 분석해 조사대상자를 특정했다.
국세청은 이들과 함께 공직 경력 등의 특혜로 고액의 수임료를 얻으면서도 소득 신고를 탈루한 변호사, 세무사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탈루소득으로 고가 부동산을 취득한 자산가 등까지 포함해 국세청 조사 대상은 총 74명에 달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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