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의 여자 교직원 화장실과 여학생 기숙사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백회의 불법 촬영을 한 혐의를 받는 교사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 심리로 열린 A씨(37)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 1차 공판기일에서 A씨 측은 검찰이 나열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전등 스위치 모양의 카메라를 구입해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 각 층 화장실 및 샤워실에 설치했다. 이후 지난해 7월까지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하고 141회에 걸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는 2019년 7월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고등학교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이 밖에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하고 고등학교 여자화장실에 화재감지기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550회에 걸쳐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힌 공소 사실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4월 A씨가 근무하던 고등학교 측이 여직원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혐의점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불법촬영 범죄는 66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불법촬영으로 인한 피해자가 1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A씨가 근무한 학교의 여학생과 여직원 수를 단순 합한 수치가 와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특정 작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 반대로 따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 파면은 교원에 대한 최고 수준 징계로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며 5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연금과 수당을 모두 받을 수 있는 해임과 달리 파면은 연금과 퇴직금을 절반 밖에 받지 못한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파렴치한 행위자가 다시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최고 수준의 징계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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