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난을 경험해봤냐는 질문에 “가난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옷차림을 통해 두 사람 성장환경의 차이점을 부각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1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본경선 ‘광주·전북·전남’ 합동토론회에서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물음에 “제가 입은 옷은 교복이다. 나비넥타이는 졸업식 때 입은 교복”이라고 답했다.
이어 원 전 지사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가난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평생을 살면서 스스로 가난해 본 경험이 있나”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아버지가 교직에 계셨기 때문에 (가난하지는 않았다)”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그렇다고 잘 살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 지사처럼 그렇게 가난하진 않았지만 저희가 자랄 땐 나라가 어려워서 학교고 뭐고 도처에 가난한 친구들이 천지였다”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가 “혹시 가난한 이들과 생계를 같이 한 적이 있느냐”고 다시 묻자 윤 전 총장은 “고시 공부할 때, 학교 다닐 때 (가난한 친구들과) 생계를 같이 했다. 정말 가난한 친구와 생라면을…”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가난한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려고 하는가”라는 원 전 지사의 거듭된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저희가 클 때는 주변에 가난이라는 게 일상화돼 있었다. 늘 보고 느끼고 자랐다”고 담담히 말했다.
앞서 이 지사 캠프 이경 대변인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옷과 윤석열의 옷’이란 제목으로 김주대 시인이 올린 사진을 인용하며 “생각은 각자의 그릇만큼”이라고 적었다. 김 시인은 “어린 시절 이재명의 큰 옷에서 가난을 보았고, 윤석열의 딱 맞는 옷과 나비넥타이에서 부유함을 봤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옷차림이 유복했던 배경을 대변한다고 본 것이다.
공개된 어린 시절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흑백 사진 속의 이 지사는 작업복으로 추정되는 체형보다 큰 재킷을 입고 있다. 반면 컬러 사진 속 윤 전 총장은 딱 맞는 남색 교복에 흰색 셔츠를 입고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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