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잔혹한 스릴러물이에요. 구상 중인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닌데 생각은 늘 있죠.”
지난 10년 간 ‘착한 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 온 신원호 PD가 새로운 스타일의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끝낸 신 PD를 11일 서면으로 만났다.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시리즈 등 신 PD의 대표작에선 좋은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악당이 없고, 자극적이지도 않다.
신 PD는 “(다른 장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관심은 많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원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염두에 둔 훨씬 더 ‘다크’한 드라마였다”며 “영화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데, 내가 도저히 못 만들것 같아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2의 인기 요인으로 신 PD는 주저없이 제작진과 배우들 간의 ‘내적 친밀감’을 꼽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구구즈’의 케미는 남달랐다.
그는 “시즌1에서 시즌2로 건너오며 생긴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라마 자체, 캐릭터 또는 배우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면서 “친밀감이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시즌2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나온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 그는 “익준(조정석)과 송화(전미도)의 키스 장면, 첫화에서 민하(안은진)가 눈을 맞으며 석형(김대명)을 스쳐보내는 장면, 그리고 현정화 감독 등이 특별 출연한 탁구대회 장면”이라고 답했다.
신 PD는 특히 “익준·송화 커플의 경우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면서 “2분에 가까운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20년 친구가 연인으로 바뀌는 순간을 호흡으로 설득하고 싶었다. 음악도 없이 빗소리만 깔려있는 그 시간을 적당한 긴장감으로 채워준 건 조정석, 전미도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슬의생’의 시즌제와 지적재산(IP)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PD는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하드털이’로 시즌1과 시즌2의 공백을 메웠다.
그는 ‘하드털이’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시청자들이 1년 동안 궁금해하며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하다보니 그 부분에 대해 보상해 드리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켰다”고 설명했다. 제작 과정에 대해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10년 만에 예능을 한 셈이어서 재미있었다”고 돌이켰다.
다만 예능 복귀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하드털이’나 ‘슬기로운 캠핑생활’처럼 내가 하는 콘텐츠의 스핀오프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감이 너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시즌3 계획이다. 신PD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지만 이런저런 고민과 피로감이 많다보니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다”며 말을 아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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