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Again)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유의 거친 화법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몰아세웠다. 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 주립 박람회장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연설을 연상시켰다.
이날 집회는 1년여 앞으로 남은 미 중간선거가 본격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여 공격 선봉장으로 조기 등판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시 자주 입었던 빨간색 넥타이에 감색 양복 차림으로 단상에 섰고 “조 바이든(대통령)과 급진 좌파가 우리나라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왔다”며 비난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중부시간 오후 7시 30분쯤 진행됐지만, 지지자들은 5시간 전부터 행사장을 찾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해 연설을 이어갔을 땐 유튜브 동시접속자가 13만 명을 넘겼다.
그는 “바이든 집권 9개월 만에 폭력적인 범죄자와 피에 굶주린 갱단이 거리를 장악하고, 불법 외국인과 치명적인 마약 카르텔이 국경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민자 문제부터 꺼내 들었다. 또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장악하고, 중국이 일자리를 장악하고, 미친 좌파들이 학교를 장악하고 있다.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이 미국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 아프가니스탄 철군, 국경 문제 등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그는 인프라 법안에 대해 “역대 가장 큰 세금 인상이며 미국을 끝내기 위한 괴물”이라고 불렀다. 또 “바이든 지출법안이 노동자 가정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법인세를 공산주의 중국보다 훨씬 더 높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채 한도 상한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해 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지 더 알아낼 수 있는 시간을 민주당에 벌어줬다.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공화당을 향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탄핵당할 걱정은 하지 마라. 물러설 때가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2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을 봤다. 그러나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며 “곧 스태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아프간 철군 문제와 관련해선 “전 세계가 우리를 비웃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을 지목하며 “850억 달러 가치의 무기와 장비를 남기고 오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 사람”이라며 바보라고 불렀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아파치 헬리콥터를 이미 가지고 있고, 장비를 분해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최고의 장비를 곧 만들 것”이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경 문제와 난민 문제에 대해선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심각한 범죄자들을 위한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며 “바이든은 자기 나라에 대한 외국의 침략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채찍을 들고 아이티 난민을 쫓아낸 국경수비대에 대해 “불법 이민자를 막으려고 목숨 걸고 싸운 용감한 요원”이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모든 재난은 완전히 부패한 선거의 비참한 결과”라며 대선 사기 주장도 이어갔다. 연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대선 사기 주장에 할애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의장을 “미쳤고, 극단적”이라고 비난한 뒤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호소했다.
아이오와주는 미 대선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통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난 50년 가까이 이곳에서 경선을 시작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아이오와주는 대선 풍향계라는 별칭도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이오와주 연설은 이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대선 이후 아이오와주를 공식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아프간 철군 이후 급락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기 등장하며 대선 시계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했다.
더힐은 최근 아이오와 주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지지율보다 높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아이오와주 방문은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한 윙크”라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첫 경선지로 다른 주를 선택하는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이오와의 첫 경선지 지위를 박탈하려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톰 페레즈는 “아이오와는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 아니다”며 대표성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경선 때 백인 비중이 91%로 유색인종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를 기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