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통일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대만 상공에 연일 군용기를 보내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였지만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는 대만 문제에 관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해 중국 압박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흥행을 의식해 대만해협 긴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대만 문제는 민족의 나약과 혼란 때문에 생긴 것으로 민족 부흥에 따라 꼭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통일’이란 단어를 12번, ‘부흥’을 25번 언급했다.
1911년 10월 10일 우창 봉기에서 비롯된 신해혁명은 중국 공화국 역사를 연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날을 혁명 기념일로, 대만은 건국 기념일로 삼고 있다.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인민대회당 단상 뒤편에는 중국과 대만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의 초상화가 걸렸다.

다만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1~4일 중국 군용기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입해 무력 시위를 벌였지만 시 주석은 평화 통일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그는 “평화적인 방식의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우리는 평화 통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식을 견지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과의 통일을 맹세했지만 무력 사용 위협은 보류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시도에 무력 대응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해놨다. 2005년 제정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대만 분리를 야기하는 행동을 하거나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또 평화통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비평화적 방식’과 다른 필요 조치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대만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사안이다. 이 원칙은 미·중 관계의 기초이기도 하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대만 문제도 전선이 됐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대만 문제를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에 정부 고위 인사를 보내고 최신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대만을 국가처럼 대우하며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다.
시 주석 연설 이후 중국 관영 매체는 일제히 대만 통일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 앞에서 어떠한 독립 시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를 해결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권 전체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오늘날 중국은 희망과 활력이 넘친다”며 “새로운 출발점에서 민족 부흥의 역사적 위업을 추진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신해혁명을 가장 잘 기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중화민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며 “대만의 주류 민의는 매우 분명하다.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민주 자유의 생활 방식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대중정책 전담기구인 대륙위원회(MAC)도 성명을 내 “침입과 파괴적인 도발 행위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