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행소 왱’은 국민일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독자들이 취재 의뢰한 내용을 취재해 전달합니다.
보증금 20억원에 월세 2700만원.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전용면적 265.5㎡·80.3평) 반전세 실거래가다. 강남구 청담동 이니그마빌(보증금 3억원, 월세 12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보증금 10억원, 월세 1000만원) 등 강남 아파트를 제치고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중 월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2852만원)과 맞먹는 액수다.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 댓글로 “월세 2700만원짜리 집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서울의 숲과 한강이 앞마당처럼 바라다 보이는 이곳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건물 지하는 수인분당선 지하철역과 이어져 있고 옆 동 오피스텔 건물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다. 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된 이 집은 로열층인 47층에 위치한 딱 네 개뿐인 펜트하우스. 복층 구조의 내부에는 방이 5개, 화장실도 5개 있는데 화장실 한 개에는 세면대가 2개나 달려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해 정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지 물었는데 사장님 얘기가, 정말 그 가격에 거래되는 게 맞다고 했다. 고가 월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들이 많다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 근무 조건으로 보통 집까지 제공하는데 법인 명의로 임원들을 위해 이런 고가 아파트를 렌트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매는 개인이 많지만 전·월세는 법인이 많다고.
사실 펜트하우스로 불리는 이 아파트 해당 평수의 물건은 4개밖에 없어서 누가 건물주고 누가 임차인인지는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알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보증금 20억원에 월세 2700만원에 한 채를 임대한 곳은 모 부동산회사였다. 법인이 임대차 계약을 설정한 경우 상당수는 직원 숙소로 사용되는 만큼, 중개업소 사장님 말처럼 외국계 기업 임원이 들어와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3개 물건 중 한 곳에는 모 주얼리 브랜드 K회장이 살고 있는데 월세로 사는 건 아니고 아내와 함께 이 집의 공동 소유주다. K회장은 우리가 다 아는 시계 브랜드를 창업한 주인공이다.
또 같은 평수는 아니지만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유명 아이돌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옆 동이 직장이니까 직주근접은 확실하다. 이밖에도 유명 텔런트 부부와 배우, 카카오 티몬 등 유명 IT업체, 의류업체 임원 등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리퍼 끌고 동네 카페에 갔는데 TV에서 보던 셀럽들이 막 돌아다니면 너무 신기할 거 같긴 하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건 선거 때만 나타나서 폴더인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인데.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돈을 잘 벌고 신용이 튼튼하다면 이 집을 공짜로 구해 이사를 갈 방법이 있긴 하다. 단 돈이 엄~청 많아야 한다. 자본주의란 게 원래 돈이 많으면 돈이 없어도 되는 뭐, 그런 오묘한 시스템이다. 이 아파트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60억5650만원이었는데 최근 대출이 60억원이나 나왔다. 현재의 거래가는 이후 거래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엄청나게 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참고로 13층 254㎡ 매물은 지난 5월 59억원에 거래됐다). 가격이 올랐으니 대출 받을 수 있는 액수도 덩달아 커졌을 테고 따라서 현금 없이 펜트하우스를 살 수 있는 게 맞긴 하다. 또 전세는 69억원에 체결됐으니 분양 받아 전세를 놨다면 세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돈이 남는다. 아무튼 결론은 대출이 60억원은 나올만한 핵인싸들이 이곳에 산다는 얘기. 그리고 내 신용대출 한도는 이번 달에도 또 줄어들었고.
관련 영상은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서 볼 수 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