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 책임자와 지휘부에 면죄부를 줬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이 분노한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으나 정작 부실수사 책임자는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특히 초동수사와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피해자를 위한 조치들이 신속히 취해졌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솜방망이’ 수사 결과는 강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사의 부친은 “대통령 말만 믿고 신뢰하며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7일 “이번 사건 관련자 총 25명을 형사입건해 이 중 15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명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했다. 국방부가 사건 수사를 공군으로부터 이관받은 지 128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219일 만에 내린 결론이다.
국방부는 “기소된 15명을 포함해 비행사실이 확인된 14명 등 전체 39명 중 38명이 문책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책 대상에 빠진 1명은 2차 가해 혐의로 구속된 이후 국방부 수감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노모 상사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초동수사를 담당한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또 공군 검찰의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모두 ‘증거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초동수사 미진은 맞지만 형사적으로 직무유기가 성립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무엇을 해야 함에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황은 있지만, 불법적인 사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선 수사 과정에서도 전 실장에 대한 ‘봐주기’ 의혹은 제기돼왔다. 군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 군검사를 투입하는 등 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법리적으로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기소된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은 허위보고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이 중사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부실 초동수사로 형사처벌을 받는 이는 한 명도 없게 됐다. 문책 대상자 38명도 내부 징계위를 통해 문책 수위가 결정돼 대부분 경징계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최종 수사결과를 내놨지만 당시 발표 내용과 별반 달라진 점이 없어 시간을 끌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중사 부친은 “군의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던 여야 의원들이 협조해 특검을 통해 제대로 수사를 해달라”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수사 과정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여러 차례 독대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장관이 정말 당신 딸처럼 생각하고 이번 사건 수사 지휘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숨진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상관들로부터 회유·협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망일은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 유족은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지금까지도 고인의 시신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장례를 미루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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