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무역 규범 준수 부족은 미국과 전 세계 번영을 약화했다. 중국의 정책에는 많은 나라의 우려를 해결하려는 의미 있는 개혁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맺은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강조하고, 고율관세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이 공정무역에 나서지 않으면 강경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 전쟁이 역효과를 냈다고 비판해 왔지만, 실제로는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타이 대표는 다만 새로운 형태의 구체적 제재 적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타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중국이 지난해 서명한 협정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중심의 경제 체제를 2배로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타이 대표는 그러면서 “1단계 무역합의에서 다루지 않았던 중국의 국가 중심적이고 비시장적인 무역 관행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의) 해로운 정책과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쓰고, 필요에 따라서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양국 무역 역학의 궤적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타이 대표는 ‘무역법 301조를 새로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상황에 달려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이 내게 있다. 301조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고, 우리의 우려를 다루는 데 있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고율관세 등 보복 조치를 위한 무기로 썼던 조항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고율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20년 1월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대신 중국은 2021년까지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약 237조 원) 추가 구매하도록 한 합의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본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합의 이행률은 60%에 불과하고, 올해는 약속한 금액의 30%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다만 중국과의 무역 긴장 심화가 미국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탈동조화(decoupling·디커플링) 가능성에 대해 “국제 경제 관점에서 현실적 결과라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건 일종의 ‘재동조화’(recoupling·리커플링)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몇 달간의 대중 무역 정책 검토 끝에 중국과의 재협상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통상정책 기본 얼개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사실상 고율 관세를 유지하는 형태의 대치가 지속한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해 전투적 접근을 계속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 벌인 무역 전쟁이 변덕스러웠고 역효과를 낳았다고 비판했었다.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도 관세 부과가 비생산적이며 미국 소비자와 제조업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7월 “중국과의 협상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이후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은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강경 접근법은 양국 사이에 극도의 긴장이 있고, 교류는 현저히 줄어든 시기에 나온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도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점을 마련할 여지가 적어 기존 대치 국면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계자들도 “베이징이 기존 관행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WP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중국이 국가 중심의 경제정책 수정을 꺼리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NYT도 “광범위한 산업 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보호무역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타이 대표 역시 중국과의 회담이 기존 접근 방식을 바꾸도록 설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맹과 협력해 베이징의 해로운 무역 관행 영향을 제한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4년 전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과 무역 협정을 맺는 데 있어 훨씬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약점을 지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양국 간의 외교 및 경제 관계는 악화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