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한국인 작가 유미리(53)의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소미미디어)이 출간됐다. 2014년 발표된 이 소설은 지난해 미국 최고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 다시 주목받으며 43만부가 팔렸다. 국내에서도 2015년 ‘우에노 역 공원 출구’(기파랑)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가 이번에 재일교포 3세 강방화씨 번역으로 다시 선보였다.
소설의 주인공은 후쿠시마 출신의 노인 노숙자 가즈다. 1964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의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후쿠시마에 가족을 남기고 홀로 도쿄로 떠난다. 그리고 불행과 불운이 겹쳐 노숙자가 되어 우에노공원에서 생활한다.
소설 속 우에노 역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쿄로 들어오는 곳이고, 인근 우에노공원은 나이가 들거나 몸이 상해 일용직에서도 밀려난 이들이 노숙 생활을 하는 곳이다. 30대의 가장 가즈는 1964년 도쿄올림픽 경기장 공사에서 막노동을 했고, 70대의 노숙자 가즈는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청소’(강제 퇴거) 된다.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폐기하는지 어둡게 보여준다. 또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부흥’과는 다른 관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도쿄올림픽을 연결시킨다.
유미리는 ‘작가의 말’에서 “본래라면 생활 빈곤자라서 생활보호 등 공적 지원을 받았어야 할 노숙자들이 언제까지나 길 위에 방치되어 있는 것은, 많은 일본 국민들이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담긴 눈으로 6년 뒤에 열릴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래서 더욱 저는 그런 시선 뒤로 아웃포커싱되는 것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소설은 노숙자들의 생활·대화를 공원과 역을 오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대화와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가즈를 비롯한 노숙인들이 모두 평범한 삶에서 추락한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준다. 또 일본 국민들이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은 고령의 노숙자가 되어 길을 떠돌고 있는, 과거에 도호쿠나 홋카이도의 가난한 농촌에서 올라온 청년들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유미리는 재일한국인 2세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1997년 스물아홉 나이에 ‘가족시네마’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전미도서상 수상은 일본 작가로는 두 번째다. 하지만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재일한국인 작가라는 이유로 우익단체들의 협박에 시달려왔다. 2015년에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16㎞ 떨어진 곳으로 이주해 서점을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작가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측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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