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고 검은 몸통에 붉은 볏이 달린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해 ‘신의 새’라고 불렸던 흰부리 딱따구리가 멸종됐다. 하와이 숲에서 구슬프게 울던 ‘카우아이오오새’의 구애 소리도 녹음으로만 남게 됐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 23종이 멸종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어류·야생동물국(FWS)은 이날 조류 11종과 박쥐 1종, 어류 2종과 홍합류 8종, 식물 1종 등 총 23종의 생물이 멸종된 것으로 확인돼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짓 페헤이 FWS 종 분류 감독관은 “최고 수준의 엄격한 과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멸종된 23종은 자연유산과 세계 생물다양성의 영구적 손실을 뜻한다”고 말했다.
사냥과 남획에 이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 인간이 초래한 환경 변화가 멸종의 주 원인이었다. 미 남동부 숲과 늪지대에서 서식했던 흰부리 딱따구리는 1800년대 지역 정착민들이 사냥하고 벌목으로 숲을 개간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1967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1994년 루이지애나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2004년 아칸소주 늪지대에서 카약을 타던 이가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흔적을 찾진 못했다.
지구온난화도 멸종에 영향을 끼쳤다. 하와이에서 노래하던 참새 카우아이오오새도 이번 멸종 목록에 올랐다. 하와이에는 한때 50종 이상의 참새가 서식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종은 17종 뿐이다. NYT는 “1800년대까지 하와이에 없었던 모기가 배를 타고 건너와 조류 말라리아를 유행시켰다”며 “높은 산에 서식하던 새들은 고도에 따른 기온 차이 덕분에 안전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가 더 높은 곳까지 퍼지면서 위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FWS는 성명에서 “1973년 멸종위기생물보호법(ESA)이 통과된 이후 54종은 개체 수가 회복됐고 48종은 위기종에서 위협종으로 개선됐지만 이번에 멸종한 23종을 보호하는 데는 너무 늦었다”며 “어느 때보다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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