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법원이 강간미수 혐의를 받고있는 남성을 보석으로 풀어주면서 마을 여성들의 옷을 무료로 세탁하고 다림질하라는 이색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랄란 쿠마르(20)는 지난 4월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현지 언론은 쿠마르의 변호사가 보석 청원서를 통해 보석조건으로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한 “직업과 관련된 사회봉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쿠마르는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에 인도 바하르주 법원은 쿠마르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이면서 6개월간 같은 마을에 사는 여성들의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할 것을 명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쿠마르는 2000명분의 여성의 옷을 빨래하고 다림질해야 한다. 또 이 작업을 위해 필요한 세제 등의 용품을 자비로 구입해야한다. 마을 자치회장을 맡은 나시마 카툰은 쿠마르의 충실한 보석 조건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이후 쿠마르는 마을 자치회장 혹은 공무원에게 수료증을 받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쿠마르는 보석 조건을 이행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이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된다. 아직 재판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시마 카툰은 “마을의 모든 여성이 법원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법원의 결정은 역사적이며 여성에 대한 존중을 높이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을 여성들은 이번 이색적인 판결이 지역사회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공론화시키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 주민 안줌 퍼윈은 “이는 주목할만한 조치이자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색다른 처벌”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강간 관련 법률은 2012년 뉴델리에서 발생한 집단 강간 범죄 이후 재정비됐다. 하지만 법률 강화가 무색할 정도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0년 보고된 강간 관련 범죄 건수만 해도 2만 8000건에 달한다. 인도 경찰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성범죄 사건을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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