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보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독립유공자에게 훈장을 추서했으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한·미 양국군 전사자의 유해 인수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와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하와이 이민세대로서 최근 독립운동 공적이 확인된 고(故) 김노디 지사와 고 안정송 지사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김노디 지사는 미국 오벌린대학 재학 중인 1919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1차 재미한인대표자회의에 참석해 일제의 여성 인권 유린행위를 폭로하고 남녀평등을 역설했다. 또 대한부인구제회 임원으로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했고, 1921년부터 미국 각지를 돌며 한국의 독립을 호소했다.
안정송 지사는 대한부인회와 대한부인구제회 임원으로서 독립운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광복 후 재미한족연합위원회 대표단 일원으로 활동한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안 지사는 대한인국민회 총회장 등을 지내며 하와이와 미주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해온 안원규 지사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두 지사는 올 3·1절에 서훈을 받았고, 문 대통령은 이번 하와이 방문 기간 김 지사의 장녀, 안 지사의 손녀에게 직접 훈장을 건넸다.
한국 대통령이 해외 현지에서 독립유공자에게 훈장을 추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하와이 동포사회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애틋하다. 하와이 이민 1세대는 고된 노동과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에 힘을 보탰다. 하루 1달러도 안되는 품삯의 3분의 1을 떼어 300만 달러 이상의 독립자금을 모았다”며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애국의 역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발굴하고 후손을 한 분이라도 더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독립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정부는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에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올해 광복절까지 2109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79%에 해당하는 1668명이 정부 발굴에 의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훈장 추서식에 학계, 교육계, 경제계 등 하와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동포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펀치볼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헌화했다. 이곳에는 진주만 공격 전사자를 비롯해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의 전사자 3만6000여명이 잠들어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한·미 양국군 유해 상호 인수식에 참석한 뒤 3박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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