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이름으로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이뤄진 시민사회 분야의 민간보조·위탁 사업의 대대적 수술을 예고하면서, 서울시와 시민사회 간의 갈등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주장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문제를 단정지음으로써 정쟁화에 몰두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와 문화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서울시민연대, 푸른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4일 논평을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논란을 야기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는 “시장 교체에 따라 기존 시장의 역점사업들이 주요한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오세훈 시장이 벌이고 있는 일은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는 어리석은 행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전임 시장의 주요사업들은 서울시 감사위원회를 통해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오세훈 시장은 벌써 단정하듯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의응답을 통해 행정 공무원에 대해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이미 약속했다는 말을 한 것은 최악에 가깝다”며 “현행 감사위원회는 공공감사법과 서울시감사위원회조례를 통해서 엄격히 독립성을 보장받는 자체감사기구임에도 서울시장이 감사 대상인 사안에 대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에 감사위원회 위원장이 동석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감사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 감사위 관계자는 "서울시 감사위는 서울시장 직속기구로서 시장의 감사사무를 보좌하게 돼있다"며 "감사 착수 및 지시 등 시장의 지시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구가 감사내용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으면 부결하고, 부족하면 보완조치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선 의견 청취도 한다"고 반박했다.
유튜브서 사실관계 과장·왜곡 정황도
오 시장의 개인 유튜브인 ‘오세훈 TV’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단체들은 “오세훈TV 논란에서 보듯 미발표된 내부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준 낮은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며 “공표되지도 않은 내부자료를 통해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다가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는 애초의 목표는 고사하고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실제 오세훈TV에 게재된 사회주택 관련 영상의 내용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다수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수치도 과장·왜곡된 경우가 발견됐다.
오세훈TV가 지난달 26일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쩍 넘어가시려고?(feat. SH공사)’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는 “주거복지재단 운영위원으로 참여 중인 A씨는 자신의 소속기관을 사회주택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운영자 선정의 공정성 침해”라는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사회주택협회 측에서는 주거복지재단 운영위원회와 사회주택 심사위원회는 전혀 다른 조직이므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두 조직이 다른 조직인 점은 인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운영위원회와 선정위원회가 별도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며 “다만 선정과정에서 이해충돌이나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감사를 통해서 확인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공정성 침해’라고 단정지어 시장 개인 유튜브에 올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영상에 올라온 “점검대상의 약 47%가 임대료 기준 위반” 문구는 수치를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0년에 사회주택 평가 모니터링을 진행해 표본조사로서 22개동 209호에 대해서 진행했다”며 “당시 임대료 기준을 위반한 59건이 있었고 자료제출 거부한 게 42건이 있었다. 이를 합치면 101건으로 약 47%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까지 포함해서 101건을 다시 조사한 결과는 현재 23호가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미확인 정보까지 임대료기준 위반으로 보고 수치를 부풀린 것이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13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며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보조 또는 민간위탁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공익 실현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민간기업과 시민단체도 시 예산으로 공무를 수행한다면 공공기관과 다름없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 세월 민간보조나 위탁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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