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질병과 가난이 괴롭혔지만…

Է:2021-09-08 06:13
:2021-09-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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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다스 레벤’ 발매 및 24일 리사이틀
“저평가됐다” 꼬리표 떼고 활발한 활동 예고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새 음반 ‘다스 레벤(Das Leben)-바이올린으로 그리는 삶’ 표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5·한양대 음대 교수)에 대해 국내 클래식계 관계자들은 ‘저평가된 연주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뛰어난 기량이나 해외 활동에 비해 국내에선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음반 ‘다스 레벤(Das Leben)-바이올린으로 그리는 삶’을 발표하며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갈 채비를 했다.

김응수 교수는 7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가로서 더 많이 알려져서 연주 기회가 많으면 감사하지만, 음악가는 끝까지 음악가로 남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음악가마다 (빛나는) 시기는 다 다르다. 내 경우 아직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기회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평가됐다’는 얘기하는 것조차 관심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연주자로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1908~1974). 구 소련 시절의 우크라이나 출신인 오이스트라흐는 야사 하이페츠(1901~1987)와 함께 20세기 바이올린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며 후배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구 소련 시절 리투아니아 출신 하이페츠가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한 데 이어 공산당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최고의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오이스트라흐는 신동이 아니었으며 청년기엔 국제 콩쿠르 2위에 머무르는 등 40대가 훌쩍 넘어서야 각광을 받았다. 구 소련을 떠나지 않은 오이스트라흐는 1950년대 들어서 서방에서 공연하며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힘든 삶을 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음악가도 많은데, 오이스트라흐는 대표적입니다. 오이스트라흐의 동년배인 나탄 밀슈타인(1904~92)은 10대부터 월드스타였지만 지금은 오이스트라흐와 달리 많이 잊혔습니다. 헨리크 셰링(1918~88) 역시 마흔 넘어 데뷔했는데, 연주자의 길이 어려워 멕시코에서 인류학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거쳐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제자를 철저히 가려 받기로 유명한 보리스 쿠시니어 교수를 사사했다. 그리고 탄탄한 실력으로 이탈리아 지네티 콩쿠르 1위, 그리스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콩쿠르 2위 등을 차지했다. 스위스 비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궤팅엔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프라하 챔버 오케스트라 등 다수의 오케스트라에 협연자로 초청받아온 그는 2012년부터는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겸 메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7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반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WCN코리아 제공

하지만 프로 연주자로서의 삶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특히 2004년과 2006년 각각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에 마비가 와서 투어를 취소해야 했다. 그는 “당시 얼굴 마비로 집중력이 저하돼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얼굴에 팔자 주름처럼 마비의 흔적이 남았지만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형편이 넉넉지 않아 상금 때문에 콩쿠르에 출전하기도 했는데, 2003년 티보르 바르카 콩쿠르 때는 3주 동안 초콜릿 크루아상만 먹으면서 버텨야 했다”면서 “2012년 한양대 교수에 임용됐을 때도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진 부모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1년간 고시원에서 지내야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내면과 만날 수 있고 시대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음악가의 삶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음악가는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받을만한 음악가의 삶으로 또다시 오이스트라흐의 일화를 꺼냈다. 오이스트라흐의 옆집 이웃은 오이스트라흐가 잠을 안 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잠들기 전이나 깨어났을 때나 오이스트라흐가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거장이지만 평생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오이스트라흐에 대해 김 교수는 “좋은 음악가들을 보면, 음악 자체로 헌신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 역시 당연히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매한 음반 ‘다스 레벤’은 부제 ‘바이올린으로 그리는 삶’에서 암시하듯 그의 인생의 순간순간 의미가 있었던 곡을 모았다. 드보르자크 ‘네 개의 낭만적 소품’으로 시작해 엘가 ‘사랑의 인사’, 파라디스 ‘시칠리안느’, 생상스 ‘서주와 론도’ 등이 들어있다. 특히 파라디스 ‘시칠리안느’는 그가 어릴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해준 곡 중 하나다. 당초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와 함께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이번 음반에는 아내인 피아니스트 채문영이 함께 했다. 채문영은 남편과 함께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와 지네티 콩쿠르 우승을 함께 수확한 바 있다. 김 교수는 “2016년엔 아버지, 작년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 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면서 “이번 음반은 부모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 그리고 삶에 대한 깨달음 등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부드럽고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선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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