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기독교대학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대학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대학평가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정지원 방안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또 미선정된 대학들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힐 때까지 침묵한 교육부에 정책추진방식의 개선도 촉구했다.
교육부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 따라 일반재정지원에 미선정된 기독교대학 총장들은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건의문에는 미선정된 9개 기독대학과 신학대 중 성공회대를 제외한 8개 대학 총장과 한국신학대학협의회장인 서울장신대 안주훈 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건의문 발표에 앞서 이날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에선 일반재정지원에 탈락한 8개 대학 총장과 위임받은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국 기독교대학 및 신학대학 총장 회의를 갖고 의견을 교환했다.
사회를 맡은 서울장신대 안 총장은 “신학대와 기독교대학은 오랜 시간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처럼 어려운 때도 없었다”면서 “서울장신대는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재정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미선정된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준비했음에도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교육부가 소규모 대학과 기독교대학에 불합리한 평가를 내렸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케이씨대 이길형 총장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입학정원 5배, 10배 대학과 5분의 1, 10분의 1 대학을 동일하게 평가하니 소규모 대학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재정지원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총장은 “소수점 아래 점수차로 당락이 좌우됐다. 차점으로 탈락한 대학은 지원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시스템은 없애야 할 정책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도 나왔다.
협성대 성정현 미래위원장은 “기본역량 진단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만큼 4주기에선 평가가 없어져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또 “교육부는 더 이상 대학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며 “재정지원 미선정은 대학에 재정 압박을 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했다.
초안으로 만들어놓은 건의문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 발표했다.
건의문은 “가결과를 공개하면서 여론이 미선정대학을 부실대학으로 기정사실화했는데 교육부는 침묵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 책임을 일부 대학에 떠넘긴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교육부에 ‘정책추진 방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기본역량진단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은 문제없는 대학이 됐고, 평가에 참여했다가 미선정된 대학만 부실대학으로 전락했다는 게 이들 대학의 설명이다.
재정지원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는 동시에 미선정된 소규모 기독대학에 대한 예산지원도 요청했다.
건의문은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평가와 지원을 통해 화합의 국가교육 대계를 세워가야 한다”면서 “범 정부차원에서 기독교대학의 특성을 고려해 평가의 문제점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제도는 소규모 대학과 기독교대학이 정체성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건의문은 “종교사학 인정범위를 신학과로만 국한하고 나머지 학과는 인정하지 않는 등 기독교대학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초창기 선교사들이 한국에 설립한 기독교학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체계의 근간이 됐다. 정부는 기독교의 역사적, 사회적 공헌을 존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7일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에 참여 신청한 285개교에 대한 진단 가결과를 발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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