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공모주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자회사와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공격적으로 진행한 대기업 그룹 시가총액이 불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찾는 수요를 이용해 IPO 흥행을 이끈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만 골몰하고, 선진국 자본시장과 달리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IPO 투자 문화가 투기적으로 흐르면서 공모가에서부터 거품이 껴 기업 가치가 왜곡될 위험도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그룹 상장 계열사인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넵튠 등의 시총 합계는 114조9697억원 가량이다. 이 액수 가운데 40% 가량은 약 1년 만에 카카오뱅크(시총 42조6640억원), 카카오게임즈(5조6230억원) 상장으로 이룬 것이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도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도 내년 중 상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대기업 가운데에선 SK그룹 계열사 IPO가 활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연이어 상장되면서 SK그룹 시가총액은 올해 200조원을 넘겼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자회사·계열사 IPO는 일견 기업과 투자자에게 ‘윈윈’ 구조인 것처럼 보인다. 기업은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등을 통해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회사 IPO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선택지가 더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며 “모회사 대신 자회사로 투자 수요가 쏠리면서 생기는 ‘모회사 할인’도 현재 카카오 등에선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주 간 이해 관계 상충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을 시도하거나, 양측 거래 시 자회사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져 주가가 떨어진다면 자회사 주주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잇달아 자회사 IPO에 나서고 있다”며 “해외 주식시장에선 있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구글이 자회사 유튜브를 상장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꼽으며 “미국은 주주 간 이해 상충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 투자자 보호 이슈를 고려해 그룹사마다 한 곳만 상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NTT가 자회사 NTT도코모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도 이해 상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공모주 시장에 퍼진 ‘한탕 주의’로 유동 자금이 대거 몰리는 현상이 자회사·계열사 IPO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이는 공모주 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도 왜곡 시켜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기업 실적이나 미래 성장성을 고려한 합리적 투자가 아닌, IPO 흥행으로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적 행태도 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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