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면적인 탈시설 정책을 발표했으나 대책 마련이 미흡해 현장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30대 중반의 지적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의 호소문에는 탈시설·탈가정에 대한 이슈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어머니는 11일 ‘24시간 돌봄서비스 부재’에 대한 호소문에서 “저는 37세의 지적장애1급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님들! 우리아이들과 딱 하루만 살아 보세요. 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지, 왜 거주시설이 필요한지를 경험해 보세요. 아이들을 보며 왜 울어야 하는지를 느껴보세요. 어쩌다 밖에서 놀다보면 지구대에 112에 신고 들어가고 동네 아이들은 쭈욱 따라다니며 놀려대고 엄마인 난 먹을꺼리 잔뜩 사들고 동네에서 고개 숙여야 하는 그 고통 그 자존감 아시나요. 이 뜨거운 삼복더위 태양아래 불쌍한 우리엄마들, 왜 상복입고 여기서 목숨걸고 소리쳐야 하나요. 그곳에서 지금 우리들의 울부짖음을 어찌 듣고 계시나요. 어떤 마음으로 듣고 계신가요. 복지부 관계자님들 법을 만드시는 분 들께 묻고 싶습니다. 장애의 아픈 아이를 낳은 우리부모들은 무슨 죄입니까. 왜 우린 사형선고를,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야합니까”라고 절규했다.
그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이렇게 아픈 아이를 이젠 국가가 책임 좀져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시설입소대기자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 어머니는 같은 호소문에서 “우리 아이는 시설입소대기를 몇 년이나 기다렸지만 중증발달장애가 있어서 받아 주는 시설이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제 시설을 다 없앤다니요. 슬픕니다. 서럽습니다. 저의 집 냉동실에는 독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 한 마리가 있습니다. 또, 언제부턴가 수면제도 모으고 있지요. 울어도 보고 또, 울어보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죽음뿐인 것을…. 저희가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광장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떼죽음을 해야 비로서 움직이시렵니까”라고 썼다.
문제는 탈시설 패쇄 로드맵 조항에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지적·자폐아아를 위한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호소문을 통해 “왜 눈가리고 아웅하십니까. 아이들이 바보라고 부모들도 바보로 보이십니까. 복지부 관계자님들. 노인주간보호시설, 노인요양원, 노인요양병원이 있듯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있듯이 우리 애들에게도 장애상태에 따라 선택해서 시설에 갈 수 있게 국가책임제 법을 만들어주세요. 복지부 관계자님들 묻고 싶습니다. 저와같은 시설대기자인 가정을 찾아 방문조사 한번 해보셨나요. 무엇이 통계이고, 무엇이 욕구조사이고, 무엇이 전수조사입니까. 복지부관계자님들 그거 아십니까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살게 해달라는 가없은 우리 엄마들의 소망을….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는 것이 버리는 것이라고 감히 누가 그딴말들을 할 수가 있습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어머니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중증인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이 활동지원사들로부터 돌봄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 장애인에 대한 돌봄이 힘드니까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기피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같은 호소문에서 “복지사각지대 왜 말로만 하십니까. 책상에서만 법을 만드십니까. 옛 속담에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지요. 저희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엄마들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엄마들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무엇이 무섭겠습니까. 자식들이 편안히 잘사는 모습 간절히 바라는 당신들, 복지부 관계자님들과 똑같은 부모들입니다. 우리들도…우리자식들이 잘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아이들 짐승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부모들 죽음으로 내쫒지 말고 살려주세요. 저희 부모들의 애끓는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도 이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이 나라에서 함께 웃으며 살 수 있게 안아주세요. 살려주세요. 간절히 원하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살고 싶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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