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해 선물지수에 베팅하도록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모집한 회원은 2600명이며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강원경찰청은 도박장을 운영한 3개 조직 일당 43명을 도박공간 개설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10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83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추징보전 했다.
총책 A씨는 2018년 7월 고향 친구인 B씨와 함께 HST 방식을 이용, 620억원대 도박장을 열었다. 이어 2019년 5월엔 또 다른 고향 친구인 C씨와 회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216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이듬해 9월엔 지인 D씨와 회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154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하는 등 3개 조직을 거느리며 1000억 원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사설 HTS를 범행에 이용했다. 회원모집책을 통해 모집해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 정상적인 거래소를 통한 선물 투자는 수천만원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고, 일정한 교육을 받아 수료증을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설 HTS는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소액으로 선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을 유인했다. 실제 선물과 연계되도록 HTS를 만들어 경계심을 허물고, 투기성을 높이고자 정상 투자보다 고배당이 가능한 '레버리지' 기능을 추가했다.
범행에 가담한 모집책 28명은 주로 선물 투자 전문 인터넷 방송 BJ 또는 선물옵션 정보교환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했다. 방송 구독자와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A씨 등이 운영하는 사설 선물업체가 투자 안정성이 높은 업체라고 홍보해 가입을 유도했다.
이들은 회원이 잃은 돈의 30~50%를 수익으로 챙겼다. 통상의 선물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챙기는 것과 달리 정상적인 선물 거래가 아닌 탓에 회원들의 손실금은 모두 이들 조직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A씨 등은 수익금 대부분을 고급 외제 스포츠카 임대료와 도박,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선물거래 이용자들은 업체가 정식 허가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증권사 등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 거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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